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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Jan 20. 2022

태드 도장깨기는 계속된다(20)
- 번외

필드 리뷰 

Your home


태드는 아니고 필리핀 드라마임. 태드를 보다보니 금새 흥미를 잃고 탈주를 반복해서 본 작품. 일단 다른 나라라서 신선한 느낌. 그리고 필리핀 언어는 성조가 없고, 영어도 자주 등장해서 듣기엔 편하고 익숙한 느낌. 연기는 무난한 편. 새로운 나라 작품을 처음 볼 때는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연기의 어색함을 잘 못 느끼겠음.


스토리는 시골남자 바트와 도시남자 브라이스의 사랑이야기 정도인데, 단순히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애매함. 극중 브라이스가 모델이고, 브라이스의 어릴적 친구 조쉬도 모델이고, 바트도 마닐라로 상경하며 모델 활동을 하기 때문에 눈호강 하는 느낌. 바트의 절친인 브렌달린은 첫등장 시 비주얼은 약간 충격이지만, 보다보면 볼매임. 


서사는 중간중간 튀고, 감정선도 읽을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으나,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편집으로 커버함. 그리고 평범한 대사인데 전반적으로 대사들이 좋음. 특히 인물들끼리 주고받는 대사보다, 주로 독백이나 옆에 다른 인물이 있더라도 혼자 쭈욱 이어가는 대사들이 좋음. 바트와 브라이스는 어느새 저리 꽁냥거리는거지, 브라이스는 왜 바트를 떠나려는거지 싶지만, 응?스럽다기 보다 감정선이 많이 생략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듯. 


누군가에게 집이라는 개념과 사랑과 우정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 그렇지만 마무리가 아쉽고, 시즌2를 암시하긴 하지만 역시나 제작여부는 알 수 없음.




Like in the movies


태드는 아니고 필리핀 드라마인데, 정말 잘 만든 퀴어물이에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만 나오는데 엄청 흡입력 있어요. 그리고 이전에 본 Your home도 그렇고 필리핀 드라마가 은근 대사가 좋습니다. 진짜 평범한 대사인데 문득 가슴을 때려요. 거의 영어대사였던 Your home과 달리, Like in the movies는 따갈로그어와 영어가 섞여서 나와요. 그리고 이게 대사에도 나옵니다. 주인공 블라드의 누나 주딧이 또 다른 주인공 칼에게 ‘너의 따갈로그어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하는데, 저 대사가 나오는 상황이 참 좋아요. 


이야기는 오픈리 게이 블라드와 클로짓 게이 칼이 우연히 함께 살게 되며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저 과정이 참 쉽지 않습니다. 여기도 거의 칼의 성장기와 같아요. 어릴 적 죽은 형의 이름까지 물려받은 어쩌면 형의 망령과도 같은 칼은 부모의 기대를 어기는 것이 쉽지 않아요. 당장 건축학과에서 영화과로 전공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죠. 전과를 위해 영화과인 블라드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삼촌의 집에서 살게 해주는데, 이후 두 사람이 쌓아가는 감정선이 자분자분해요. 


매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거실에서 두 사람의 위치도 점점 달라지고,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그 회차의 주제를 담고 있는 듯한 짤막한 문장이 나옵니다. 매회 나오는 OST도 서사에 맞게 달라져요. 저예산으로 최대한 공을 들여 찍은 느낌이 나는 드라마예요. 여캐도 두명 나오는데, 각자의 서사가 있고 주인공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모든 등장인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작품도 오랜만인 것 같아요. 


결말은 열린 결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폴 인 러브, 우리 이제 커플, 이것보다는 설득력 있는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두려워하는 칼과 그런 칼을 기다리기로 한 블라드의 모습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럼에도 얼마간은 변한 서로의 모습으로요. 블라드의 마지막 대사가 ‘널 찾고 있었어’예요. 


우리나라 못지않게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나라답게 필리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집안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장면이 꼭 나오더라구요. 블라드와 칼의 첫만남도 저리 시작됩니다. 여튼 추천할 만한 퀴어수작이에요. 


* 마지막 사진 벽에 깨알같이 포스터들이 걸려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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