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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아 Jul 31. 2017

스타트업엔 너의 일, 나의 일 구분이 없다.

그래도 재미있으니 됐지 뭐.

한 달이 지나면 창업한지 꼭 1년이 된다. 뒤 돌아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

맨 처음 에듀테크 회사(메이커 교육)로 시작한 서큘러스는 이제 가정용 반려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작은 규모에서 교육도 하고 로봇도 만든다고 하면 다 놀라지만, 우리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일을 하나씩 해쳐나가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은 특별히 우리 회사를 소개할 일이 많았다. 나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로봇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일로 회사에 합류했기 때문에 밖에서 회사 소개를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교육 강사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많았는데, 지난 두 달동안은 이상하게 강사로 서는 날보다 회사 소개자로 서는 일이 더 많았다.



떨리던 첫 연사 경험, @로보유니버스
공고데이터를 활용한 우리의 로봇 소개 @NIA


처음엔 두려웠다.


20대부터 내 머릿 속 버킷 리스트에 '강연하기'가 있었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를 실행할 순간이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사장님이 외부 일정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갑자기 나에게 넘어온 연사 자리! 겉으로는 "네, 그럼 제가 할게요."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덜덜 떨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 연사로 선다고?

생각해 보니 이런 떨리는 느낌이 처음은 아니었다. 처음 강사로 서게 됐을 때는 새로운 장소에 가서 강의를 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배가 아팠다. 첫 강의 할 때는 수업을 하다말고 집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으니, 이정도면 양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을 준비한다기보다는 공부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강연에 필요한 자료를 찾았을 뿐인데 그 동안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두 강연의 주제는 소셜 로봇에 관한 것이었는데, 아직 국내에 소셜 로봇에 대한 개념이나 자료가 많지 않다보니 강연을 들으시는 분들이 흥미있게 들어주셔서 두 강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결국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스타트업은 사람은 적고 해야할 일이 많다보니 나의 일과 남의 일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질 때가 많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분야가 아닌 일이 넘어 올 때는 하기 싫을 수도,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교육 쪽으로 강의를 많이 했지 로봇 쪽으로 강연을 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두려웠고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이건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첫 째로 나의 업무에 대해 확장성을 가졌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너의 일, 나의 일 구분이 없다. 빠른 시간에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장되고, 심지어 그것을 잘할 수 있게 된다면 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다른 어떤 업무가 생기더라도 나는 두려워하겠지만 결국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 째로 우리 아이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아이템인 '가정용 반려로봇 파이보'는 사실 기존에 있던 어떤 것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 제품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을 납득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여러 강연 준비를 통해 나는 우리 제품이 왜 필요한지, 어떤 강점 그리고 약점이 있는지 좀 더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제품 개발, 출시 단계에 녹여 좀 더 완성도 있는 파이보를 출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려워도 우린 해낼 수 있다.


모든 일에 처음부터 자신감을 갖고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인재',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 갖춰야할 것', '스타트업에 필요없는 사람'과 같은 주제의 글이 많이 보인다. 나는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외부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네트워크 통신 개발자였다. 맘만 먹으면 아무와 말도 하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개발하고 디버깅하며 단절되게 생활할 수 있었다(물론 성격상 그러지는 못했지만).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겠다고 결심한 후부터는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강의, 강연과 같은 일을 하게 되었고, 팀원들 그리고 외부사람과 소통해야할 일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줄 알았던 나의 성격은 알고 보니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는 편이라 조그만 일에도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결국에는 해내게 되는 걸보면, 스타트업 뿐 아니라 어디서 일하던지 꼭 필요한 것은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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