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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Oct 13. 2016

어둠의 재발견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32

사진을 찍는 분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있다.


어둠(DARK)


어두운 상황에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조건이 극도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렌즈는 조리개의 최대 개방값이 작을 (빠를) 수록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고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물론 '야경'을 목적으로 어둠을 주제로 담는 사진들이 있지만 장노출을 이용해 사거리의 자동차의 헤드램프 궤적이나 도심의 불빛을 담는 스테레오 타입의 사진 정도다. 그렇다면 어둠이라는 것은 '야경' 이외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존재인가?

한잔 후 / 피사체 경계의 하이라이트, 어둠에서 빛이 보이고 광원이 보인다

어둠은 사진의 '공공의 적'일까? 다음은 많이 들어보셨을 문장이다.


사진은 빛을 담는 것


솔직하게 빛을 담는다는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빛이 눈이 보이나? 위에서 언급한 야경의 경우 빛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리개를 바짝 조여 빛 갈림도 표현해보기도 하고 작은 불꽃을 담기도 하고... 그런데 낮은 태양 빛만 있을 뿐 빛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간단한 빛의 성질에 대해 이해하기 전까지는...


1. 직진한다.

2. 통과되지 않는 물체를 만나면 반사된다.

3. 특정 물질을 투과하기도 하며 굴절되기도 한다.

4. 특정 물질에 분산. 산란한다

5. 여러 빛들이 합성될 수 있다


이 특성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장면은 빛'이다.


빛과 광원을 동일한 의미로 착각했던 것


광원은 빛이 시작하는 지점일 뿐 그 빛이 직진하고 반사되고 투과되고 여러 물질의 성질에 따라 여러 환경과 경로를 통하여 우리 눈에 들어온다. 광원은 '태양'이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거대한 것부터 작은 방 안에 촛불처럼 다양한 밝기와 고유의 색상(파장)을 갖고 있고 대기, 공간의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그리고 물체에 닿는 각도에 따라 반사 혹은 투과, 굴절되는 양(밝기)이 달라져 자연스럽게 그림자, 어둠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빛의 길 / 그림자를 관찰해보면 흔하디 흔한 자동차의 헤드램프도 사진에서는 다이나믹한 광원이 된다.

그래서 거꾸로 그것을 추적하면 광원으로부터 내 눈으로 들어오기까지 과정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림자를 이해하면 빛이 보인다


물체가 놓인 바닥에는 그림자라는 것이 생길까? 어떻게 보면 너무 어리석은 질문 같은데 이유를 알고 보면 재미있다.

Street / 그림자는 빛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길 위에 있는 나무에 빛이 비치면 그 반대편에 어두운 부분이 생기고 길에는 나무 그림자가 생긴다. 나무에 드리워진 어두운 부분은 나무의 것이고 길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는 길의 어두운 부분이다. 즉 길 위의 그림자는 나무의 것이 아니라는 점. ^^ 나무의 어두운 부분과 길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는 형태와 소유주(?)가 다를 뿐 빛이 적게 닿아서 생기는 어두운 영역이다.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바닥의 그림자 형태는 계속 바뀐다. 해가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나무 그림자는 매우 작아지게 된다. 해가 뜨거나 질 때쯤 길이가 길어지고 좀 더 부드러워진다.

풍경에 매직 아워라고 부르는 타이밍이 그때다. 풍경 최고의 타이밍이라는 답은 없지만 풍경에 그림자가 길게 인상적으로 드리워지고 빛이 부드러워지는 순간을 많은 분들이 선호한다. 그림자의 크기, 모양, 밝기, 선명한 정도 등을 읽어가며 광원의 각도와 세기 시간 등등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피사체가 어두워지기 때문에 역광으로 사진 찍지 말라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다. 천만의 말씀. 빛과 그림자를 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얘기다.

역광 일지라도 사진 촬영자가 피사체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 임계점, 광원이 프레임 경계 부근에 위치하는 임계점 전, 후로 재미있는 현상이 읽어 난다.


빛의 회절 (Diffraction)


회절(Diffraction) 현상은 빛이 물체에 의해 차단되었을 때 모서리 부분에서 세기와 각도를 바꾸어 장애물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림자가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지지 않기 때문에 렌즈의 위치를 그 경계에서 광원과의 각도를 잘 조절하면 매우 인싱적인 장면을 관찰할 수 있다.

우포의 나무 / 상단의 빛의 회절로 인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위치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잘 관찰해야 한다. 어떤 위치에 어느 방향이 좋은 빛의 산란을 만들어주는지 여러 번 연습해보길 바란다. 그림자의 경계에 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외 야외 인물사진이나 단순한 형태의 피사체를 마치 아침햇살을 받는 느낌으로  좀 더 감각적인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단 다양한 노출에 대해 경험이 많아야 적절한 순간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물사진에 있어서도 많은 분들이 역광을 다양하게 응용한다.

가을 /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보자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다.


사진의 과정 중 빛과 관련된 순서는 거의 광원으로부터 출발한다. 빛이 이 정도 세기로 이방향에서 도달하니 피사체를 이 위치에 놓고 나는 이 위치에서 찍는다.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그로 인해 한치의 의문도 없이 교과서 같의 적절한 각도에서 오는 광원 위주로 촬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프레임 안의 상태를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 피사체의 그림자의 끝은 여기. 렌즈에 빛이 도달하는 위치는 여기이고 도달하지 않는 위치는 여기이고 각도와 흐릿한 정도로 보면 대략 광원을 어느 위치로 두어야 좋을지 생각하게 되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광원을 프레임 안에 넣을 수도 있다. 경계에 놓을 수도 있고 아예 프레임 밖으로 빼낼 수도 있다. 뒤로 보낼 수도 있다. 같은 환경에서 너무도 많은 경우가 나올 수 있다.


그 결정은 당신의 몫이다


어둠을 발견하는 것은 빛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어떤 물체든 밝은 부분이 있고 어두운 부분이 있으면 어디엔가 빛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측면에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는 승용차들의 불빛
아크릴에 난반사 되는 빛을 받은 그림자

순광, 역광, 사광 등 빛의 종류를 몇 개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것은 사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히스토그램을 분석하여 사진은 무조건 밝게 찍어야 된다.라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물론 밝은 영역이 어두운 영역보다 더 많은 픽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장면을 표준(?) 히스토그램이 되도록 담으려는 것은 커다란 욕심이 아닐까? 그것과는 반대로 어두운 것을 어둡게 찍으려 노력하는 것이 진짜 사진가의 용기라고 본다. 빛의 반대 편에 서있는 어둠에 좀 더 다가서 보자.


보이지 않았던 빛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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