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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Oct 20. 2016

사진, 완성의 의미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33

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분 있을까? 문학이던 예술이던 표현에 있어서의 완성, 혹은 마무리에 대해서 말이다. 글에서는 마침표, 맺음말 이라는 것이 있고, 그림에서는 화룡점정, 낙관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에서는 스텝 롤, The end로 마무리되고 음악은 음악의 끝남을 알리는 '조'의 느낌이 있고 혹은 서서히 Fadeout 되기도 한다.


사진에서 마무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완성과 마무리의 의미와 범위는 다르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바꿔 선택한 단어가 '마무리'이다. 바둑기사가 모두 각자의 바둑을 두 듯 사진도 각자의 사진을 만드는 과정이 있고 마무리 방법이 있을 거다.

도시의 여행자 #1 / 복잡한 도시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무것도 안 한다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만큼 본인 실력을 믿는 것.  보통 무보정, Resize only라는 사족을 붙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붙인다. 과시가 될 수도 있고 어떤 관점으로 보면 게으름으로 볼 수도 있다.

Missing / 한 친구의 실종

하지만 어떤가? 본인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그대로 행한 순수한 마음, 자신감만큼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말을 해놓고 행하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아무것도 안 했다는 솔직함이 더 순수한 듯 같다.


균형, 강약을 조절한다


우리가 커뮤니티에서 감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기울기의 조절(구도). 밝고 어두움의 균형(노출). 명암의 연결(계조)등 촬영한 사진에서의 빈틈 혹은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을 메꾼다.

도시의 여행자 #2 / 지금은 역사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서울역 앞에서

외곽을 트리밍(크롭) 하여 시선의 분산을 억제하고 프레임 안으로 끌고 오는 것도 무게 중심을 맞추는 것처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취미로의 사진의 종착역이다.


정교한 보정에 심취한다


균형의 단계를 넘어서는 눈을 갖는 순간부터 생각이 좀 많아지게 된다. 균형을 의도적으로 깨기도 하고 트리밍을 과감하게 진행하기도 한다. 보정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마음에 들 때까지의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보정 프로그램에 수치에 민감해지면 한 개의 사진을 여러 개의 버전으로 Export 하기도 한다. 간혹 이른바 떡보정이라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실제보다는 회화적인 느낌이 들거나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건설 현장 / 끊임 없이 새로 올라가는 빌딩

만족하는 레벨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이 정도라면 취미의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라고 본다. 눈이 상당히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반비례적으로 떨어지는 시기라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불감증으로 손을 놓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반대로 그 시기를 극복하면 어느 정도 고수의 반열에 가깝게 다가가는 셈.


제목을 붙인다


자신의 사진에 대해 구구절절이 사족을 붙이지 않는다. 사진은 사진으로 말하며 부가적인 정보는 제목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만약 사진을 감상하는 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된다면 아마추어에서 가장 높은 경지가 아닐까...

올팍 아레나 / 올림픽 공원에서 촬영 삼매경에 빠진 분들

아마도 간헐적으로 열리는 사진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는 분들의 수준일 것 같다.


스토리를 부여한다


사진에 기승전결과 같은 스토리가 부여되는 극한의 수준이라고 본다. 감동이 밀려오거나 한참을 쳐다보게 되거나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나게 되는 사진들은 대부분 이미지에 작가의 메시지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선 / 대학로에서 촬영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시선들

"사진작가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분들의 사진의 완성 단계가 아닐까?

하나의 Task를 '완결'한다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뭐 극한까지 땀 흘려가며 예술 혼을 불살라 완벽함으로 마무리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무엇인가 '완결'되어야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 않겠는가? 그날 자신이 찍은 사진을 한번 한 장씩 넘겨보고 한 장을 골라 마무리를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 한다.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잘라내 보기도 하고, 기울어진 부분이 있다면 수평을 맞춰 보기도 하고... 그렇게 작은 마무리들의 경험들이 모여 당신의 사진을 한 발자국 앞서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그 과정에는 법칙도 없고, 원리도 없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단지, 각자의 완성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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