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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Oct 29. 2016

강남, 가을비를 만나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34

도시와 거리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하면서 '강남'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왈츠 / 세박자

이유는 단순하다. 예술적 장면들을 포착하겠다는 욕심으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꽤 오랫동안 근무를 한 탓에 사무실 주변 풍경이 눈에 익은 탓일 게다.

나홀로


오랜만에 만난 적당한 양의 비


폭우도 아니고 오는 둥 마는 둥 이슬비도 아닌... 적당함. 매년 맞이하는 가을, 비 오는 거리 풍경을 한 장씩 담아본다. 으레 가을 하면 산과 들로 단풍을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식상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그래서 좀 불편하더라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거리는 사림들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간다. 각자의 한걸음 한걸음이 공간을 스쳐가고 시간을 타고 세월을 쌓아간다.


건널목


건널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재미있거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급하기도 하고 반면 너무 여유롭기도 하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비라도 오면 좀 더 재미있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래 사진 두장을 차례대로 보자. 친한 친구이거나 연인인 줄 알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가 보다

친구인줄 알았다
...

 무엇인가를 건너간다는 것... 기다림도 필요하고 적절한 속도도 필요하고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 그곳. 우리는 삶은 끊임없는 건널목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달린다
하나둘셋넷
Why so serious?


밤이 내린 빛


더 많은 어둠이 도시를 감싸 안는다. 바닥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큼직한 반딧불처럼 화려한 색상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북적이던 거리와 수직으로  만나는 좁은 골목들은 대로와는 다르게 조금 한산한 느낌이다. 빛과 어둠이 함께 어우러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비 오는 도시의 거리에 고인 빗물은 마치 사람의 혈류처럼 흐른다.

같은 장소를 스쳐 지나가지만 각자의 인생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들. 사람 간에 인연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 이 거리를 스쳐가는 여러 연인들의 앞날에 즐거움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낯선 풍경


간혹 낯선 풍경이 보인다. 힘겹게 느린 속도로 골목을 스쳐가는 리어카,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

비 오는 날 밤의 촬영은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일단 이동이 어렵다. 비 때문에 장비도 신경 써야 한다. 우산을 든 채 셔터를 누르기도 좀 부담스럽다. 삼각대는 가지고는 가지만 제대로 좋은 위치를 발견하고 몇 시간 기다리지 않는 이상 펴지 않는다. 빛을 찾기도 어렵다. 요즘은 워낙 배수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적당하게 물이고인 장소를 찾기도 어렵다.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편해야 하기 때문에 렌즈는 하나만 마운트 해간다. 그리고 항상 '아차! 광각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그다음에 그것을 충족시키며 한 발자국씩 성장해 간다. 그렇게 힘들어도 집으로 오는길은 즐겁다. 촬영한 사진을 한장씩 곱씹어보는 시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안타까운 사진들이 너무도 많이 발견되지만...^^

가을에 내리는 비는 느낌이 특별했을까?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기억을 돌이켜 보니 모습은 비슷한데 향기가 달랐던 것 같다.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여기는 강남, 가을 비 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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