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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Nov 27. 2016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36

어느 누가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고 했던가? 광화문 주말 문화제를 기록했다.


2016년 겨울 광화문, 11월 26일


나는 이토록 강렬하고 진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경험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이분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강한 추위, 촛불 하나를 들고 거리로 나온 우리들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 어린이가 살아갈 세상은 절대로 지금과 같은 과오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의 부모들도 그런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 동참시키고 싶었나 보다.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놀랐다

여러 방송국에서는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집회 참가자 분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그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 세계로 송출했다.

정부를 반대하는 집회라도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게 할 수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무거운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렇게 가족단위 참가자분들의 웃는 표정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의 국민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격'을 갖고 있는 국민이다. '한류의 세계화?' 한류라는 말은 이제 듣기 싫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수준이다. 정치하는 너희들만 잘하면 된다.

각종 모임에서 함께 나온 분들과의 기념촬영, 인증샷이 이어진다. 각자의 표정에서 힘듬과 무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웃음이 있기 때문에 멋진 시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알아야 한다.


진정한 촛불의 의미를

곳곳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먹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이날은 눈이온 뒤라 더욱 따뜻한 음식이 필요했다.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분들께서 이 기회에 한몫 잡아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오셨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인파 속에 음식을 만들어주신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좌측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도 많은 찬가자분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벽에 걸린 글귀가 나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을 늘어만 간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열기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고래는 세월호 아이들을 등에 싣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촛불이 꺼지면 다시 불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미련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한다.


촛불은 나누는 것이다

촛불 하나에 각자의 염원을 담아 그 뜻이 모여 뜻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촛불 파도타기의 현장. 20시 정각 1분간 암흑 시위 전에 진행된 두 번째 촛불 파도타기였다.

역사의 현장이다. 역사는 이렇게 국민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추운 겨울, 누가 이아이와 가족들을 바람과 눈으로 뒤덮인 광화문 네거리에 나오게 했나?

솔직하게 춥고 배고팠다. 집회 참석과 촬영을 병행하는 것도 녹녹하지 않았다. 그 많은 인파 사이를 계속 움직이며 촬영하다 보니 행여 집회에 방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여전히 마음에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 이 사진 속의 국민들의 '초상권'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참가자분들에게는 바로 허락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역사적 순간의 기록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린다. 혹시 이 사진에 등장한 분이 이 글을 보시고 포스팅을 거절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그 사진은 바로 삭제를 하고 확인시켜드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집회 참석 전 전철에서부터 많은 인파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혹시 어떤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우리는 멋지게 아름다운 집회를 통해 움직일 수 있었다.


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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