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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young Lee Jan 02. 2018

보급형 개발자로 스타트업에서 1년

2017년 회고

2017년은 마치 세렝게티에 옷 하나 달랑 입고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아직은 할 것도 많은데 1년이란 시간이 너무 부족할 만큼 금방 지나갔다. 1~2년 전 스타트업 붐이 불었을 때 나도 이직 시기가 겹쳐 그 흐름에 뛰어들었고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대기업만큼 성장한 스타트업도 있고, 아직 성장 중인 혹은 방황 중인 스타트업도 있는 것 같다. 글쓴이는 후자의 스타트업에서 1년 동안 근무하며 있던 일들을 적어보려 한다.


평균 퇴근시간 오후 10:00

지난 1년간 내 퇴근시간은 특별한 약속이나 일정이 없으면 오후 10시였다. AM10 ~ PM 07이 근무 시간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다. 제목만 보면 역시 '스타트업이라서 매일 야근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7시 이후에는 개인을 위한 공부시간으로 정해놓은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보통 공부를 위한 개발 서적을 읽거나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기술에 대한 토이 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간 이 시간에 했던 공부들에서 가장 큰 발전을 한 것 같다. 


작년 회고 때 한 해 동안 읽었던 책이 15권이었는데 올해는 20권 정도로 늘었으니 헛되게 보낸 시간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왜 퇴근을 안 하고 굳이 회사에서?'라는 의문점이 생길 수 있는데 환경적인 요소가 컸다. 일단 회사에서 집 사이의 거리가 편도 50km로 출퇴근 시간에는 헬게이트가 펼쳐진다. 


운전에만 집중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집에 가면 기본적으로 긴장이 풀리며 게으름뱅이가 된다.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편안함을 주고 이불속에 잠깐이라도 쉬고 싶게 만드는데 나는 이런 유혹에 매우 취약하다. 저녁식사 후에 헬스장으로 향하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관리의 중요성

아직 20 대이지만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 건강관리에 신경을 안 쓴 탓에 2년 만에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다. 목디스크 초기 증상과 야근 후에 운동 없이 먹는 저녁 때문에 배만 나오는 이티가 되었고, 이를 방지하고자 저녁은 어느 순간 거의 굶다시피 했는데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몸상태가 완전 최악이었다. 그것이 1년점 이직하기 전 나의 모습이었다. 


아직 초반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큰 일 날 것 같아 회사 근처의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기초 체력 증진과 건강하게 체중을 증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 계획이었다. 종종 인바디를 했을 때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이 많은 체형인 것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주로 근력운동에 초점을 맞춰 운동하고 중간중간 바나나와 치즈를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였다. 


대략 8개월쯤 꾸준히 다니니까 주변에서도 체형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동한다고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고도 알아봐 주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인바디를 해보지 않았지만 체중계로 본 나의 몸무게는 1년 전보다 10kg 증가했다. 설마 근육은 안 크고 살만 쪘을까. 


인바디를 못하는 웃픈 사연이 있는데 처음 운동 시작할 때 헬스장에 오래 다닐지도 모르고 트레이너 선생님도 누군지 몰라 인사를 안 하고 다니다 보니 언 1년이 지났다. 아무나 이용할 수 있던 인바디 기계에는 어느 순간 트레이너 선생님과 상담하고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붙었고 이제부터라도 인사를 해야 하나?라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종종 듣는 "요즘 운동해?"라는 말로 나의 상태를 체크한곤 한다. 


1일 1 커밋 실천

커밋은 노력을 표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수단인 것 같다. 토이 프로젝트, 공부, 블로그 등 다양한 활동을 표현하기 적합하다. 커밋은 노력의 표현뿐만 아니라 내가 한 것이 기록으로 남고 보인다는 것이 꾸준함의 원동력이 된다. 혼자 하는 개인 공부는 나와의 싸움이다. 스터디 모임 등을 하는 이유도 혼자서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거창한 것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의미하게 그리고 좀 더 좋은 내용으로 커밋하려고 노력한다. 1일 1 커밋이지만 365 일 모두 초록색으로 채우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기록을 보니 6월쯤부터 시작했다. 그전에도 커밋들이 몇 개 있었는데 레포지토리를 정리하며 삭제해서 기록도 날아갔다. ㅜㅜ 내년 이맘쯤엔 초록색으로 많이 채워져 있는 나를 기대하며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올해 한 가지 아쉬운 점 중에 하나도 작년 회고 때 기술 블로그 관련하여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천하지 못한 점이다. 블로그 같은 경우 기술을 정리하여 읽기 좋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장기 플랜이기 때문에 업로드 전까지는 티가 잘 안 나고 지치기 쉽다. 꾸준히 좋은 글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망해보니 안 해본 것보다 낫더라

재직 중인 회사의 안드로이드 포지션에서는 공식적으로 개발 시 Unit Test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쓴이를 포함한 2명이서 개발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 중 누구도 테스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켄트 백의 TDD를 읽는 등 SNS에서 접할 수 있는 선배 개발자들의 테스트의 관한 슬라이드와 의견에 집중하고 구글링을 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기존 서비스에서 리팩터링 시 테스트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번 신규 서비스 개발에 안드로이드에는 대략 1600 개 가량의 Unit Test 가 작성되었다. Test Code 또한 Code이다 보니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작성된 코드의 현상황을 잠깐 말해보자면 Mocking 이란 개념을 잘 모르고 작성된 코드로서 다른 모듈과 의존성이 거의 80% 이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마디로 망했다. 해당 코드는 전부 리팩터링 해야 할 대상에 리스트업 되어있는 상태다. 하지만 의존성 문제를 제외한 테스트는 이렇게라도 작성하지 않으면 찾아올 버그와 리팩터링의 시간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주었다.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운영전이기 때문에 테스트 DB만 바라보고 의존성으로 인한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진 않았다. 


운영 레벨에 올라가서야 왜 Mock을 사용하여 테스트 로직을 제외한 나머지 상황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테스트해야 하는지 실제 서비스 운영시 개발환경과 운영환경에서 모두 테스트가 보장된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웬만한 회사에서 볼 수 있는 흥망성쇠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람, 자금, 사업, 방향성, 조직, 문화,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B2B 환경의 SI 개발이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다라는생각도 들었다. SI 제품은 고객들 자신이 쓸 제품이기 때문에 피드백도 상세하다. 


반면 B2C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 파악부터 디자인, UX, 특히나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비즈니스라면 질리지 않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즌에 따른 이벤트, 서비스 운영, 등 개발만 잘 됐다고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경우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적절한 시기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말도 안 되는 정신으로 접근하면 사람도 잃고 자원도 잃는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번아웃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끌어내야 하겠지만 매우 어려운 문제다. 


나는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팀원 입장에서 보았던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맡은 부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노력만큼 회사가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는 번아웃이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천재는 없다. 올바른 노오력에 관한 고찰

SNS에는 정말 존경스럽고 멋있는 분들이 많다. 때로는 자극제로 회사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식들로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이다. 가끔은 나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열심히는 중요치 않다. 바르게 노력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 많았다. 겉으로 보이는 천재들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의식적인 노오력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냉정하게 돌아봤을 때 나는 그들보다 의식적인 노오력의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불평을 하려면 그들보다 의식적인 노오력의 절대 시간이 많아졌을 때도 결과가 그대로라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github, 블로그, 대외활동 등을 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내가 결과가 안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무리하며

사실 올해는 회고를 올릴지 말지 고민이 많이 됐다. 연말이 되면 올라오는 많은 회고들에는 글쓴이들의 1년간 땀과 노력이 담겨있는 회고록이 올라온다. 지난 회고에서는 이직이라는 큰 이슈도 있었고, 콘퍼런스 참가나 독서 등 여기저기 눈에 띄고 주제로 삼을 만한 항목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올해에는 작년에 했던 활동들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콘퍼런스도 많이 참가하고, 독서도 틈틈이 했고, 스터디 모임도 주기적으로 참석하였다.  회고를 올릴지 말지 고민이 되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글쓴이 본인이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했는가? 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비슷한 연차 (주니어) 개발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이제 마냥 신입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4년 차에 접어드는데 동종업계 4년 차 동료들의 활동을 보고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많이 던졌던 것 같다. 회고라는 것이 잘한 것 만을 자랑하듯 올리는 것이 아니고 실수한 부분은 왜 못했는지 그로 인해 반성할 부분과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인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2018년에도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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