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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young Lee Sep 03. 2018

왜? 를 모르고 일할 때

돌이켜 보면 '일이 재미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업무에 매우 수동적이었다.

여기서 큰 착각은 내 개인이 수동적 인지도 모른 채 적극적으로 열심히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PM 또는 갑사의 요청이 이러하니 해당 부분을 수정해달라 라는 요청을 받고 열심히 작업을 하던 신입사원 때가 기억난다.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른 체 나는 만들어 달라는 것을 잘 만들어주면 내가 나의 맡은 바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들어보면 알법한 게임회사에 다니는 개발자 친구의 한풀이다. 회시가 너무 재미없다고 한다. 야근을 1주일 내내 했다고 한다.

이때 드는 생각은 '야근? 힘들지 그렇게 야근하면 재미없는 것 이해하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이 재미 업다고 느낄 때 나는 왜? 그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방금 위에서 언급했던 친구에게도 너 그거 왜 개발하고 있어?라고 물어보면

"이번에 3개의 큰 시스템을 통합한데.." 등의 왜(Why) 같은 무엇(What)이 답변으로 돌아온다.

왜?를 모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이거 왜 개발하고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기획자 분이 이번에 추가되는 기능이라고 개발해달래요' 또는 '마케팅에서 쓰는 기능이라고 들어가야 한데요'라고 현재는 대답할 것 같다.

사실 왜? 를 잘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결론만 간략하게 말하기 좋아하는 한국 정서(?)에서는 결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결론을 전달한다.

나에게 떨어지는 업무를 추측해보면 가령 이런 이유(Why)에 의해서 떨어졌을 것이다.  


이번 달 MAU 가 많이 떨어졌데 MAU는 회사 수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표 중 하나야(Why)

그래서 이번 달에 우리는 무조건 MAU를 정상괘도로 올려놔야 해(What)

기존의 방식은 유저들이 식상하게 느끼니 이런 마케팅 요소를 추가로 개발해보자(How)


나에게 오는 업무 -> 이런 마케팅 요소를 추가로 개발해주시겠어요?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 중에는 구현이 불가하거나 작업을 요청하는 사람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개발자인 내가 봐도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작업은 꽤나 진척되었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거나 그런 협의가 싫어 그대로 진행한다.

당연히 재미가 없다.


나는 그동안 왜? 를 안 물어봤던 것일까? 뼛속까지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군대식 문화 때문일까?

신입사원(사회초년생)일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사가 주는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고자 할 때 이 친구는 일이 하기 싫은가? 지금 너 반항하냐?라는 의도를 풍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이는 매우 잘못된 태도이며 문화이다. 신입사원 때부터 그렇게 시작된 업무 스타일은 연차가 올라간다고 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업무를 할당하는 레벨이 되었을 때 후배들이 왜?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를 공유하는 것은 단방향이 아니다.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과 업무를 받는 사람이 모두가 왜? 에 공감했을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위의 업무를 왜? 를 알고 작업했다면 개발자이지만 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수도 있고, 왜?를 알기 때문에 업무가 지루하지 않다.

내가 개발한 것이 어떻게 효과를 발휘할까라는 기대감마저 든다.

 

개발자는 왜? 동작하는지 궁금해하고 그것을 알아냄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 직군 중 하나이다.

전류를 공급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듯 월급을 공급하면 이유도 모른 채 내가 하는 일을 하면 사실 기계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구성원들에게 왜? 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왜? 의 이유는 회사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왜? 와 다를 수 있다.

다만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있고 내가 인정할 수 있다면 다는 왜? 가 어떻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왜?라고 물었을 때 회사에서 월급을 주니까. 혹은 상급부서(타인)가 해달래요. 등의 타인에 의한 이유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내는 Why에서는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주변에 종종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을 꾸리는 분들을 본다.

아마도 길고 긴 회사생활 중에 왜?를 공감받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구직을 할 때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왜? 가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나 구직자 입장에서나 서로 손해를 안 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왜?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직원이 왜?를 안다면 월급이 조금 적게 나오는 달이 있어도, 불가피하게 야근을 한다고 해도 짜증이 덜 날것이다.

내가 왜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작년에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도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나의 오춘기를 다스리며..


왜?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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