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코멘터리 (2023.1.16)
작년보다 다소 완화된 느낌은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업체들은 극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한국도 마찬가지라 하고 해외 뉴스를 보아도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여행업이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여행업과 Hospitality sector 에 65,000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정도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지만 다른 산업전반에도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트리거가 된 공급망 이슈와 더불어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Wanted: 65,000 workers for hospitality, tourism sector
Staff shortages still hitting hospitality and other sector
Businesses gloomier as costs, labour shortages ensure rough ride continues
2022년 12월 현재 뉴질랜드 실업율은 3.3% 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통 4% 정도의 실업율을 완전 고용상태로 보는데 현재의 지표는 노동시장이 확연히 buyer’s market 임을 말해줍니다. 위의 그래프에 보면 2021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실업율이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봉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으로 보입니다. 즉, 단기 취업비자 소지자가 뉴질랜드를 완전히 떠나고 그 자리를 기존 실업인구들이 메꿔나가는 형국으로 판단됩니다. 갑작스런 구인난이 시작되자 기업은 임금인상을 통해 노동인력을 유지 또는 확보하기 시작했고 기존 취업인구와 함께 특별영주권 혜택을 받은 신규 영주권자들이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대이동하는 극심한 혼란의 시간이 지속되면서 노동시장에는 과거와는 다른 몇가지 특이점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에서 2022년까지 뉴질랜드의 연령별 취업자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취업자수는 2년동안 5% 정도 증가하여 10만여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35% 는 10대 청소년인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인난으로 인해 노동조건이 상향 조정되면서 진공상태가 되어버린 로우테크 노동시장을 10대가 메꾸고 있는 것 이겠지요. 걔중에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부모의 사업장에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아이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60세 이상의 노령 취업자 현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년동안 늘어난 전체 취업자중 20% 가 60세 이상이라는 건 고령화사회의 단면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10대와 60대의 신규 취업자수가 전체의 55% 에 달하는 걸로 보아 로우테크 노동시장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있는지 읽혀지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눈 여겨볼만한 부분은 20대 취업자수의 감소입니다. 소위 MZ 세대에 해당하는 연령대로서 학교를 막 졸업하고 새내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대입니다. 처음에 위의 표를 봤을때는 20대 취업자수 감소의 원인이 뉴질랜드 임금수준이 낮아 절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호주등의 나라로 빠져나가거나 스테레오 타입의 삶을 거부하고 개성을 좇는 MZ 세대의 특성때문일거라 판단했습니다.
각 연도별 자료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뉴질랜드 통계청의 2021년과 2022년 추정인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가 511만에서 512만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20대 인구는 2021년 701,030 명에서 2022년 679,450 명으로 21,580 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즉, 20대 취업자수 감소는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구의 자연감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고용구조가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노동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겠습니다.
뉴질랜드와 비슷한 실업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경우 구인난의 원인을 정규직 대신 일하는 시간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비정규직 긱 이코노미 시대의 도래에서 찾거나 조기 은퇴자의 증가에서 찾고 있으나
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듯이 뉴질랜드의 경우는 그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 통계자료나 정량적 지표에 나타나지 않는 사항들이 있지는 않은지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요.
현재는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면 1주일정도 쉬고 나오는 걸로 완화가 되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거가족중 누구라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모든 가족들이 격리되어야 했고 가족이 많아서 순차적으로 감염이 되는 경우 길게는 한달 이상씩 격리가 불가피 했었습니다.
Treasury 에 따르면 wage subsidy 에 책정된 예산은 2021/22 년도 기준 $700million 입니다. 3년 기간이면 $2.1 billion 이고 wage subsidy 금액을 평균 $500/week 로 계산해 보면 3년간 8만명의 노동자가 취업자로 있으면서도 실제 일을 하지 못한 것과 같은 결과입니다. 지극히 대략적인 계산이긴 합니다만 단순 통계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노동력의 유실이 있었음이 확인되는 지점입니다.
덧붙여서 노동력 확보를 위한 고육책으로 기업체간 임금인상이 격해짐에 따라 노동력의 대이동 시대가 전개되고 이동간 적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달이상 자발적 휴가를 취한 점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력손실은 훨씬 크게 작용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점에 사업장마다 매일같이 2-30%의 직원들이 격리 상태였고 기존직원의 사직과 신규직원의 충원까지 항상 공백이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실제보다 더 심각한 인력난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리라 판단됩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거의 대부분 사무직 사업장은 재택근무를 도입하였습니다. 재택근무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고용주와 노동자가 상반된 관점을 가질 수 있겠으나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수 없이 갑작스럽게 재택근무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세련되게 운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그에 따라 재택근무 이전의 노동생산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순간 업무는 TASK 위주로 진행됩니다. IT 개발처럼 원래도 TASK 위주로 업무를 하는 구조의 사업장은 별 문제 아닐 수도 있겠으나 협업자와의 즉각적이고 상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업무가 진행되나가는 형태의 사업장은 그 분절에서 오는 생산성 손실이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연되는 업무들이 순차적으로 누적되어 고객의 컴플레인이 추가되고 그게 다시 업무를 지연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착시현상을 겪게 됩니다.
지극히 고용주의 관점입니다. 구인과 관련한 인터뷰는 보통의 경우 복수의 지원자를 두고 회사업무와 적성/능력이 잘 맞을 것 같은 지원자를 뽑는 과정입니다. 적합할 것 같은 지원자가 발탁되고 그렇지 못한 지원자는 탈락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터뷰를 통한 구인은 보통 50% 이상의 성공율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절반은 실패하는거지요.
펜데믹 기간동안 구인광고 형태를 보면 같은 회사에서 같은 포지션을 찾는 광고가 몇달동안 계속됩니다. 지원자가 극소수라는 증거겠지요. 구인기간이 늘어날수록 적합한 지원자를 뽑지 못할 확률은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급해서 뽑았는데 아닌거지요.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적정한 인력 1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1인 이상을 필요로 하게 되고 고용주는 추가 인력을 찾아 나섭니다.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2023년 뉴질랜드 노동시장이 어떻게 될지 거시적으로 예측하기는 쉬울 겁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금리와 고물가상황을 감안하면 불황은 코 앞에 와 있거나 아니면 벌써 시작됐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부터냐의 문제일 뿐이지, 노동시장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요.
아래 자료는 2020년에서 2022년까지 각 업종별 취업자수 현황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되었던 공급망 이슈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업종은 Wholesale trade 와 Transport 부문입니다. 특히 Transport 업종은 경력직 인력에 대한 구인난이 가장 심했던 업종의 하나로 2022년도에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공급망 이슈가 해소되고 불황이 시작되면 물동량의 감소로 인해 현재의 취업자수가 유지되기 가장 취약한 업종으로 판단됩니다.
Manufacturing 과 Wholesale 분야도 마찬가지로 재고량이 증가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입니다.
Construction 분야는 팬데믹 기간동안 가장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를 보였으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경기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들은 이미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은 위에 말한 업종에서 흘러 나오는 인력과 급격한 증가는 아니지만 워킹 할리데이 인력의 점진적인 입국, 경기 불황에 따른 사업장수 축소로 구인이 필요한 고용주에게는 다소 숨통이 트일 거라 예상됩니다. 중앙정부도 2023년말 실업율을 4%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시장의 업엔 다운에 따라서 고용주나 피고용인 모두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어야 하고요. 긍정적으로만 보자면 경기에 사이클이 있어서 좋은 점은 고점에서는 고점을 즐기면 되고 저점에서는 올라갈 일만 남아서 설레일 수 있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고점입니까 저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