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한 게

2013년 12월, 호주 브리즈번, 개인실 2박

by 장경진

2013년의 12월이었다.

호주에는 워킹홀리데이를 간 친구가 있었다.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호주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홍콩 경유 비행기였는데 비행기 문이 고장나서 7시간을 꼼짝없이 게이트에 묶여있었다) 도착한다. 겨울의 한복판 서울을 떠나 여름의 브리즈번과 멜버른에.


숙소가 문제였다. 이전 여행처럼 호텔을 갈 돈은 없었고, 한인민박은 두 번 경험했으니 그만 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친구가 에어비앤비를 알려줬다. 현지인이 사는 집에서 같이 지낸다니. 외국에 나와서까지 한국인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하는 나의 성향과도 에어비앤비는 참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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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좋아하는 공간이었지만) 건축된 지 30년이 된 낡은 집에서 살던 나에게 ‘City rooftop penthouse’라는 이름은 매혹적이었고, 마침내 만난 공간은 모든 게 좋았다. (이용하진 않았지만) 수영장이 있고, 포근해 보이는 고양이가 맞이하던 곳. 게스트 전용 욕실까지 있던 개인실. 주방과 거실은 깔끔했고, 에어콘은 습기는 없지만 뜨거운 브리즈번의 더위를 단번에 날려줬다. 조용하고 햇빛으로 가득하던 브리즈번의 작은 공간. 처음이라 그랬겠지만 몇 시간 전만 해도 영하의 도시에 있었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주인은 없었다. 브리즈번에 도착하기 전 나눈 메세지에서 자기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 그때 일본에 있을 거라고 했다. 프랑스 남자 둘이 다른 게스트로 있을 테니 그들의 도움을 받으라 했다. 사진처럼 집은 쾌적했고 프랑스인들도 서로를 존중하며 공간을 나눠썼다. 체크인 체크아웃 청소비를 따로 받았는데 (당시에는 청소비 옵션이 없었는지 별도의 수입 창출이었는지 몰라도) 이 아이들은 그 청소비를 받으려 늦게 들어온 나를 기다리고, 또 굉장히 조심스레 말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호스트가 미리 고지했으니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좀 이상한 지점)

그런 삶을 동경했던 것 같다. 자신이 원할 때면 훌쩍 떠나는 그런 삶. 타인을 향한 열린 마음.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언제나 숙소에 돌아와 한숨 자고 다시 나가는 그런 여행.


서울에서의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거다. 늘 어떤 틀 안에서 움직이고 모든 것에 목적이 있어야 마음이 편했으니 나에게 여행은 일종의 일탈인 셈이었다. 나가기 싫으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내 방’이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필요했다. 그리고 누구도 나를 모르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알지 못 했을 어떤 감정들. 언젠가는 나도 한번, 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