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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l 23. 2022

4. 종이신문  vs 온라인 매체 (3) 기사 완성도

형식의 '페이퍼'냐 아니면 속도의 '온라인'이냐

‘기사는 80% 쿠킹(팩트 확인) 됐을 때 써라.’

필자가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신입 시절에 자주 들었던 얘기다. 팩트가 약한 기사는 쓰지 말라는 지적이었다. 팩트가 약하면 오보가 나올 수 있거나 아니면 무의미한 기사가 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80% 확인될 때까지 취재를 하고 그다음에 기사를 출고하라는 지시였다. 


돌이켜보면 이는 신문에 해당된다. '온라인(인터넷)매체와 신문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확연히 느낀다. 신문은 한번 발행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팩트가 틀리면 ‘정정보도’만이 답이다. 신문에서 정정보도는 차원이 다르다. 필자는 번 정정보도를 냈었는데 그때 편집국장 면담에 경위서도 썼었다.


정정보도 부담 적은 인터넷 매체


온라인 매체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설령 정정보도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기사를 고치고 정정보도 기사를 하나 내보내면 된다. 신문은 다르다. 정해진 지면에 정정보도를 내야 하고 사안이 심각하면 1면과 같이 눈에 띄는 곳에 정정보도를 내야 한다. 담당 기자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단순 실수가 아니라 팩트가 틀린 경우는 사안이 심각하다.


기자는 2000년대 초중반 이를 제대로 실감했다. 온라인 매체가 급증할 즈음인 당시 온라인매체는 소위 마구 기사를 질러댔다. 당시 쿠킹 수준이 20~30%만 되면 ‘아니면 말고로 기사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사를 인터넷으로 내보냈다. 일단 조금이라도 팩트에 근접한 정보를 얻게 되면 쓰고, 팩트이면 다행이고 아니면 수정하는 형태였다. 심지어 기사를 써서 팩트를 확인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사례


예를 들자. 'A사가 내년에 전 직원 연봉 20% 인상한다'라고 쓴다. A사 홍보팀에서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면 ‘두 자릿수 인상한다’고 수정한다. 홍보팀에서 그것도 아니라고 하면 ‘업계 최고 수준 인상’ 등으로 빠져나가는 식이다. 신문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형태다.


이런 대응(?)이 가능하다 보니 온라인 매체는 독자(네티즌)들에게 눈길이 가는 기사를 쉽게 쓸 수 있다. 필자는 같은 출입처 온라인 매체 기자에게서 이런 류의 기사가 나오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 신문사간 경쟁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가 생긴 이후로 ‘낙종’ 횟수가 급증한 이유다. 비록 20% 쿠킹이 됐다고 해도 특종은 충분히 있을 수 있어서다.


인터넷매체 덕에 낙종 부담 사라져


돌이켜보면 이전에는 ‘낙종’이 큰 과오가 됐지만 언제부턴가는 특정과 단독 기사가 넘쳐나면서 ‘낙종’ 부담이  사라졌다.  오히려 기자 입장에서는 ‘저 기사(경쟁매체 단독기사)는 팩트가 아니다’며 타 매체 기사를 ‘폄훼’하는 관행이 생겼다. 

과거에는 80% 숙성이 된 기사들인 만큼 낙종을 인정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20~30% 숙성 상태에서도 기사가 나오니 기자는 '저 기사는 팩트가 아니디'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출입처(홍보팀)도 단독 기사가 나오면 일단 ‘팩트가 아니다’ 또는 ‘확인이 안 된다’고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정리하자. 온라인 매체는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도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모든 기자가 이를 활용하지는 않지만 팩트에서 벗어나면 수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곳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 매체는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홍보팀에 대한 압박용으로 쓰거나 아니면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온라인 매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시간 대응(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온라인 매체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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