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 미스터리

2025. 12. 14.

by 간장밥

오늘은 피자를 먹을 거야.


얼마 전에 엄마랑 피자 내기를 했는데, 아빠가 보기 좋게 져버렸거든. 사실 내일부터 엄마 아빠는 잠시 이산가족이 돼. 엄마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서 지내고, 아빠는 할아버지 댁에서 출퇴근을 하기로 했어. 며칠은 떨어져 지내야 하니까, 깔끔하게 오늘 저녁에 피자 빚을 갚고 헤어지려고 해.


days_14-2_e.jpg < 엄마 아빠 둘이서는 미디엄 피자 한 판이면 한 끼가 충분했는데, 이제 세 식구가 된 우리 가족은 적어도 라지는 시켜야겠지? >


오복아, 당연한 말이지만 네 엄마는 엄연한 어른이야. 글도 읽고 쓸 줄 알고, 더하기 빼기도 할 줄 알지.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20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기도 했단다.


그렇지만 아빠 눈에는 엄마가 참 많이 아쉬워. 앞뒤 말이 안 맞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할 때도 많아. 충분히 상식적인 내용을 전혀 모르기도 하고, 생각과 반응이 아주 느려. 창의성이 없고, 주의집중이 굉장히 낮고, 시야도 매우 좁은 편이야. 그래서 평소에도 야무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


오복아, 그런데 말이다. 아빠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어. 그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엄마한테, 아빠가 내기를 했다 하면 진다는 거야. 이번 피자 내기도 그랬어. 진짜 속에 숨어있는 가짜를 찾는 게임이었는데, 논리정연한 아빠가 틀리고, 허술한 엄마가 이겼단다.


한 두번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어.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야. 이번 뿐만이 아니라, 엄마랑 둘이 보드게임을 하면 절반은 아빠가 져. 아니, 사실 조금 창피해서 절반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엄마가 훨씬 더 많이 이기고 있어.


아빠가 봐주냐고? 엄마 기분을 좋게 만드려고 일부러 져주는 거냐고? 천만에. 절대 그렇지 않아. 아빠는 늘 최선을 다해. 그런데도 결과는 엄마의 승리야.


엄마 스스로도 인정해. 본인이 생각이 느리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고. 하지만 게임판 앞에만 앉으면 아빠가 맥을 못 춰. 엄마는 그런 아빠를 보며 신이 나서 놀려대고 말이야.


days_14-1_e.png < 자꾸 지는 아빠. 또 이기는 엄마. 이상해. >


도대체 이유가 뭘까? 사실은 아빠가 보드게임을 못하는 걸까? 아니, 아빠도 친구들이랑 할 때는 승률이 꽤 높은 편인데,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일까? 아무리 봐도 엄마가 전략적으로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결과는 이렇게 되는 걸까?


오복아, 나중에 네가 커서 학교에 갈 때쯤 되면, 꼭 우리 셋이 같이 보드게임을 해보자. 그 때는 꼭 네가 냉철하게 결론을 내줘. 아빠가 진짜 게임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아빠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는 타짜인 건지.


이 미스터리를 풀 사람은 너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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