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달과 6펜스
우리는 누구나 자의든 타의든 예술에 빚진 채 살아간다.
무심코 걷는 길에서 보이는 광고판 하나에도, 인도 한켠에 심드렁하게 서 있는 가로수 하나에도 예술, 아니 정확히 예술적 감성이 닿지 않은 곳이 있으랴.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 이는 자신의 창작물을 위해 한 줌의 시간이랄 지라도 예술적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예술에 열광하고, 예술을 통해 위로받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예술가를 대접해야 한다는 정언명령을 받들어 모실까.
그에 대한 해답은 예술가 스스로도 정확히 내놓지 못하고, 잘난 척하는 비평가들도 똑 부러지게 답하지 못한다.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천재적인 화가인 고갱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인 이 소설은 우리에게 예술혼이 어떻게 예술가를 휘감고, 예술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준다.
안정된 직장과 알토란 같은 자식들, 또 단란한 가정마저 휙 벗어던지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우리는 예술혼에 사로잡힌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예술가가 무엇이며, 예술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예술가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꼭 한번 읽었으면 하는 책이자, 어설프게 도망치듯 예술가의 길에 뛰어들려는 불나방 같은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 무언가 열정에 사로잡혀 한 가지 일에 심취한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물론 소설적 수사와 서사 구조로 실재하는 현실보다 훨씬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예술가의 내적 갈등은 소설에 묘사된 스트릭랜드(고갱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의 고뇌보다 못할 리 없다.
그렇다고 오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나는 지금 천재적인 예술가만이 예술가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이해할 때는 극단적인 사례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 소설을 추천하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돌연 예술의 개념을 확장해 보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사실은 우리네 삶 하나하나가 예술이 아닐까.
우리는 얼마나 삶 앞에 진지하고, 삶 앞에 단호했나.
60억 인구 중 한 가닥 삶의 실 터럭을 잡고 태어나 자신을 둘러싸고 끝없이 점멸하는 평범한 삶에 나를 동일시하지 않았나 반성해 보는 것이다.
나의 삶도 예술일 수 있다면, 돈과 명예 더 나아가 가족까지도 삶 앞에서 단호하게 대할 수 있는 각오와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는 것 아닐까.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가를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이 뜨겁게 불을 지필 것이다.
#달과6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