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이다
서평을 쓸까 말까 하다가 짧게라도 쓰는 게 나름 현직 기자로서 책무라 생각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책은 버닝썬 사건의 시작과 끝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버닝썬 게이트'가 되고, 클럽 성범죄의 구멍인 '물뽕'을 비롯해 탈세까지 끝없이 확장해 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딱 문지기 정도다.
어떤 이슈에 대해 속살의 입구까지 안내하는 문지기.
그 뒤의 일은 정치인의 손에 넘어가거나 법관의 손에 넘어간다.
가장 가깝게는 경찰과 검찰 정도다.
안타깝게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은 대부분 문 앞 혹은 문간에서 멈춰 선다.
이유는 한 가지다. 모든 이슈의 핵심 동력인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버닝썬 사건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안타깝지만.
언론사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고의든 실수든) 그래픽 사고,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결 속 좌우로 대치하는 언론의 모습은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기레기란 말은 언론이 무가치한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여당에서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의 논리로 활용되기도 한다.
모두 언론이 자초한 일이니 누구를 탓할 것이 없다.
다만, 버닝썬을 취재한 이 책의 작가나 그의 선배들 같은 기자들도 있다는 걸 기억하자.
가끔 열정 있는 기자들을 보면 쓸데없이 공심이 강하다.
뭔가 사회를 변혁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그 마음.
그들의 마음과 달리 언론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언론은 실제로 많은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이 책은 공권력이 하지 못하는 언론의 견제 기능과 그 한계를 명확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언론중재법이 세간의 이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언론이 견제를 받기 시작하면 운신의 폭이 줄고, 입에 재갈이 물리는 부작용이 더 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는 그러한 일을 이미 지난 정권과 지지난 정권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고 언론중재법을 반대할 생각도 없다.
언론에 몸담은 나조차 피로감이 들 정도로 언론이 난립하고,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책을 읽는 내내 세월호 취재 현장이 생각났다.
책을 쓴 기자와 비슷한 연차였던 것 같은데 당시는 그래도 저런 열정이 있었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 베이징에서 급 되살아난 기자정신에 김정은 위원장을 따라다닐 때도 생각났다.
책을 쓴 이문현 기자가 나처럼 퇴물 기자가 되지 말고, 그 열정을 계속 간직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일 잘하는 기자가 쓴 책답게 나처럼 책을 늦게 읽는 사람도 한 시간에 독파했으니 언론인을 지망하는 사람들, 도대체 언론은 뭐하는 놈들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