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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Sep 04. 2022

<명주 열전> 한국서 가장 저평가된 바이주 '시펑주'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유튜브에서 한 유명 셀럽이 나와 바이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전하는 것을 보고 '뜨악'하는 경험을 했다.


그 셀럽은 한국에서 요식업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다가 각종 방송에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평소 중국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다른 유명 인사에 비해 현지 경험도 많기로 소문이 나 그 실망감이 더 컸다.


안타깝게도 이런 유명 셀럽들도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중국 음식계의 현실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런 잘못된 상식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가장 크다.


바이주는 유튜브에서 소개된 것과 달리 크게 장향, 농향, 청향, 펑향으로 나뉜다.


아니 거기서도 장향, 농향, 청향으로 나눠서 설명하던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펑향을 놓친 것은 크나큰 실수다.(물론 각 향에 대한 설명 역시 오류 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향이 대표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소개한 것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바이주의 구분에서 펑향은 남다른 의미가 있고, 전문가라면 이를 꼭 집어서 이야기해 줘야 한다.


펑향은 산시(陕西)성의 명주인 시펑주의 향을 가리킨다.


아니 특정 술이 독자적인 구분법을 갖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바로 펑향을 소개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바이주에는 펑향 외에도 둥주의 둥향, 남부 지역에서 나는 바이주의 쌀향인 미향(米香) 등 여러 향이 존재한다.


그중 중국인들이 펑향을 구분법에 넣은 것은 이런 마이너한 향들을 기억하라는 뜻에서 일 것이다.


펑향은 앞서 설명한 대로 시펑주의 향을 가리킨다.


시펑주는 중국 4대 명주 중 하나로 오랫동안 중국 중원에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나 저가주 시장에서 중국 국민주라 불리는 얼궈터우가 중국 전역에서 사랑을 받지만, 산시성만큼은 저가형 시펑주가 서민의 술잔을 채우고 있다.


시펑주의 향은 처음 바이주를 먹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낯설 수 있다.


장향, 농향, 청향이 길들여진 혀라서 더욱 그럴 수 있지만, 시펑주의 펑향이 갖는 독특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금세 시펑주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바이주의 구분법 중 하나로 구분되고 있겠는가.


시펑주의 역사는 고대 진(秦)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증류법이 나오지 않은 당시에는 산시성 사람들은 현재의 고도수 시펑주와는 다른 시펑주를 즐겼을 것이다.


시펑주는 산시성 바오지(寶鷄)시 펑샹(鳳翔)현 류린(柳林)진에서 난다고 해서 '버들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펑주는 그 독특한 향과 혀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제1회 주류 품평회에서 마오타이(장향), 루저우라오자오(농향), 펀주(청향)와 함께 중국의 4명 명주로 선정됐다.


시펑주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중국 최고의 문인이라는 소동파의 시에 표현된 시펑주의 맛을 소개해 본다.


소동파는 펑샹현을 방문했을 때 시펑주를 맛보고 이런 시구를 썼다고 한다.


"꽃이 피니 좋은 술로 취하지 않을 수 없네, 남산에서 바라보니 산색이 적막하여라"(花開酒美曷不醉,來看南山冷翠微)


시구를 봐도 맛이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엄청 맛있었다는 이야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시펑주의 맛은 이렇다.


무색에 청량하고 투명한 빛깔을 눈으로 즐긴 뒤 맛을 보면 청아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이 혀를 맞이하고, 조금 뒤 농후하지만 짙지 않고, 약재의 맛 같기도한 씁쓸한 향이 올라온다.



이질적인 맛에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시펑주의 펑향은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술자리에서 처음 시펑주를 접하는 사람도 '오. 독특하다'라고 할지언정 못 먹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중국인들은 시펑주의 맛을 이렇게 표현한다.


'누룩향이 정갈하면서 단아하고, 감칠맛과 함께 부드럽고 상쾌하며, 여러 맛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끝 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시펑주에서 이런 독특한 향이 나는 것은 재료의 차이라기보다는 술을 발효시키는 환경과 누룩 때문이다.


시펑주의 재료는 수수, 소맥, 겉보리 등 대부분 명주와 비슷하다.


반면 발효 환경은 연평균 11.5도를 유지하는 건조한 난온대 계절풍 기후로 특유의 균이 향을 만들어 낸다.


또 시펑주만의 발효 방식인 흙으로 된 움(窖)과 진흙을 덮어 14~30일 정도 짧게 발효시키는 제조법, 여기에 6가지 움에서 숙성한 원주를 블렌딩해 최소 3년을 숙성하는 특수공법이 향을 완성해 낸다.


시펑주가 생산되는 류린진은 국가에서 지정한 상품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술의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는 주조 환경을 보호해 주기 위한 조치다.

시펑주를 발효하는 주창 (출처 : 바이두)


시펑주는 서민들이 즐기는 기본 포장에 담겨 나오는 10위안(약 2천원)대의 제품도 있지만, 산시시펑주유한공사에서 만드는 고급 라인도 있다.


모양 역시 명성에 맞게 화려함을 자랑한다.


30년산은 화병 모양의 노란색 자기에 담겨 나오고, 20년산은 시안의 명산인 화산(华山) 모양에 신필 김용 선생의 소설에 나오는 천하제일 무술대회인 '화산논검' 문구가 새겨져 나온다.


가격은 30년산이 600위안(약 12만원), 20년산이 300위안(약 6만원) 대다.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바이주를 마셔보고 싶다면 시펑주를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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