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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1. 2018

중국요리 끝판왕 '동파육'...진짜배기로 먹어봤습니다

#맛객

<맛객> 눈과 귀가 즐거운 강남(江南) 요리


    소동파가 돼서 '동파육'을 먹어 보자.

    소동파가 관직 생활을 하며 문학과 요리를 연구했다는 항저우가 바로 저장성의 성도다. 저상 요리는 중국 8대 요리에 속하며, 화려한 외관과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식재료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동파육은 단연 최고의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오늘은 아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편안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오늘 먹은 음식은 중국 8대 요리 중 두 곳인 저장(浙江) 요리와 장쑤(江蘇) 요리를 묶은 장난(江南) 요리다. 제법 유명한 맛집들이 모여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과 미국 대사관 인근 량마차오에 자리한 식당인데 이름은 진산청 후판런자(金山城湖畔人家)다.

    강남은 예전부터 물자가 풍부하고, 학문과 예술, 음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음식들도 풍류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고,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맛깔난 음식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음식이 특징인 지역 요리를 하는 식당답게 내부 인테리어부터 굉장히 눈에 들어왔다.

    중요한 손님이 오면 데려오고 싶어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이틀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단 인테리어부터 고급스러운데 대부분 좌석은 공간이 분리된 방으로 돼 있고, 식당의 전체적인 구조는 1, 2층 복층으로 돼 있다. 특히 위층은 정원이 마련돼 있어 운치도 있고, 실내 역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보는 맛도 있다.

    식당에 도착하면 예약 상황을 확인해 손님을 자리로 안내해 주는데 이때도 종업원들이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를 건넬 정도로 품위가 있는 식당이었다. 일단 방에 앉으니 멋진 그림과 중국 고유의 무늬가 박힌 예쁜 그릇이 세팅돼 있어 기분이 좋았다.

    혼자 손님들을 기다리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귤과 방울토마토를 가져다주는 배려도 식당에 대한 인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오늘 메뉴는 쓰촨 스타일 소고기 냉채 요리와, 연근 조림, 사자머리 탕, 황조기 찜, 동파육, 게 내장 두부, 베이징덕, 새우볶음, 샤오룽바오 등이었다.

    항상 그렇듯 맛있는 순서로 설명하자면, 역시 저장성 대표 요리인 동파육이 가장 맛있었다. 특히 오늘 이 식당에 온 목적이 동파육을 먹기 위한 것이었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소동파가 만들었다는 이 요리는 똑같이 돼지고기에 달짝지근한 양념으로 만드는 홍샤우러우와 비슷하다. 정말로 양념 맛도 비슷했다. 다만, 아주 오랜 시간 약한 불로 조리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인지 연두부인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젓가락만 이용해도 육즙과 함께 살코기와 비계가 떨어져 나왔다.

    맛은 어떨까?

    처음 한입을 베어 물면 육즙이 입안에 탁 하고 퍼지면서 양념향이 삭~ 퍼진다. 중국 향신료를 싫어 하는 사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정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뒤이어 부슬부슬한 고기 맛이 느껴지는데 비계와 살코기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부드럽다. 고기는 약불에 오래 고아서 인지 양념이 촘촘하게 스며 있어, 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단맛에 양념의 단맛이 어우러진다.

    소동파는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릴 만큼 문학, 그림, 서예, 요리 모든 방면에 능했다. 요리도 동파육을 개발했을 정도면 미친 듯이 잘했던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동파육 중에서는 이 집이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다음은 사자머리탕. 이 탕을 받아 들면 왜 이름이 사자머리탕인지 알 수 있다. 안에 있는 완자가 돼지고기와 새우를 반죽해 만든 것인데. 국물을 마시면 '아니 이런 맛이 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맑고 개운한 맛이 났다. 나는 중국의 탕을 많이 먹진 못하는 편인데 이 탕은 바닥까지 다 비웠다. 약간 간이 세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다음은 역시 그래도 베이징 덕(카오야) 아니겠나? 이 집은 강남 요리 집인데 왜 카오야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청 맛있다. 내가 지금껏 가본 카오야 집이 몇십 군데는 될 텐데 당당히 5위권에 놓을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들여서 조리를 해 내온다.

    그냥 음식 잘하는 지역에 가면 웬만한 음식이 다 맛있듯이 이 집에서 하는 카오야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살을 발라낸 오리 뼈를 탕으로 줄 것인지 튀김으로 줄 것인지 묻는데 느끼한 탕보다는 튀김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뼈가 억세고 많아 불편하다면 탕으로 그냥 먹어도 된다. 우리는 오늘 튀김으로 먹었는데 닭 목 부위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다음은 황조기 찜. 이 찜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물기가 거의 없이 뚝배기 같은 작은 흙으로 만든 냄비를 달궈 쪄오는 듯했다. 그래서 말이 찜이지 구이에 더 가까웠다. 다만 구이보다는 살이 더 포슬포슬해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이날 코스에는 광둥 요리인 샤오룽바오도 나왔는데 요새 게가 제철이라 그런지 안에 소에 게 내장을 넣어서 만들어 풍미가 더 살아났다. 이 샤오룽바오 역시 준수한 수준의 샤오룽바오였습니다.

    그리고 건새우 튀김은 그냥 밥 먹으면서 한 번씩 입가심으로 집어 먹었다. 이날 술이 바이주라 맥주가 없어 좀 아쉽긴 했지만,

    마지막은 게 내장 두부 요린데 연두부를 전분, 게 내장, 각종 양념을 넣고 아마도 볶는 요리 같았다. 맛은 다른 음식들이 간이 너무 세다 보니 맛없게 느껴졌는데 차라리 게 내장 양을 더 늘려서 구수한 내장 향이 더 났다면 나는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오늘 음료는 한 손님이 직접 가져오신 보이차였다. 이 보이차는 특이하게 보이차와 찹쌀을 섞은 차였다. 맛이 뭐랑 비슷하냐면 보이차에 둥굴레차를 섞은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이차를 못 드시는 분들도 아주 좋아할 만한 차였다.

    오늘 반주는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술로 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누군지 아는가? 바로 시진핑(習近平)입니다. 중국 명주로 유명한 마오타이 지역에 보면 이 시 주석의 성과 같은 이름을 가진 술이 있습니다.

    일명 '시주'(习酒)라고 한국말로 하면 습주다. 시 주석이 주석이 된 뒤로 엄청 인기를 끌었는데 병에 '시주'가 박혀 있는 술이 보통 마셔오다 오늘은 다른 병을 열어봤다.

    오늘 먹은 것은 그보다 위 단계인 고급 라인이었다. 술맛은 평균 이상으로 좋았다.

    이 시주는 사실 마오타이주가 나오는 구이저우(貴州) 츠수이허(赤水河)에서 나는 물과 수수, 밀로 빚어서 만드는 술이다. 마오타이주처럼 장향(酱香) 형으로 간장 냄새 같은 마오타이주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 이거 맛 들인 사람은 장향만 찾는다.

    나는 농향과 청향 바이주가 더 좋긴 하지만, 오늘 먹은 시주는 장향 치고는 향이 은은한 정도여서 마시기 좋았다.

    이 집이 좋은 점은 음식뿐 아니라 주변 분위기와 경관이다. 식사를 마치고 바람도 좀 쐴 겸해서 2층으로 올라가 봤다. 이런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하면 정말 음식 맛이 두 배로 맛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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