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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0. 2018

<세상의 모든 훠궈> 중국 약초 산지 운남훠궈

#맛객


     찬바람이 부니 훠궈집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베이징 생활에서 좋은 것이 거의 없지만, 미식 여행을 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베이징에는 중국 각지의 요리가 모여 있고, 글로벌 도시답게 꽤 수준급 세계 유명 요리를 내는 식당들도 자리하고 있다.

    가을이 유달리 짧은 베이징에서는 요맘때면 국물 요리가 무지 땡기는데 그래서 훠궈집마다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지난 주말 저녁에도 중국 기자 친구에게 한국 지인을 소개해줄 일이 있어 잠시 저녁을 먹으러 훠궈집에 다녀왔다.
    이번에 간 곳은 바로 운남 훠궈집 '샹차오샹차오'다.
    식당 이름을 풀이 해 보자면 '샹차오'(香草)가 '허브' 또는 '약초'로 해석되기 때문에 '허브허브' 아니면 '약초약초'라 할 수 있다.
    아니 운남에 보이차랑 쌀국수 말고 훠궈도 있어? 라고 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뭐 따로 운남 훠궈 장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훠궈 자체가 그냥 '솥=궈(鍋)'에 재료를 '데쳐=훠(火)' 먹는다는 뜻이니 운남에서 나는 특산 재료들을 집어넣어서 먹는 것을 운남 훠궈로 부른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운남 훠궈에는 무슨 특징이 있을까?
    보이차가 하도 유명해서 그렇지 사실 운남은 중국 생약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약초의 산지일 정도로 약초로 유명다. 무슨 말이냐면, 남미에 아마존이 있듯이 중국에는 운남의 산과 숲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운남 지역에서 의약분야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를 하기도 하고, 생약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운남에서 자라는 약초의 절반도 연구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규모는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퇴치 성분을 발견한 공로로 중국인 최초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투요요(87) 교수도 이런 천연약제들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내가 오늘 운남 훠궈집을 찾은 이유도 이런 운남 지역의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베이징에 A형 독감이 유행하면서, 첫째가 독감에 걸려 집안에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 나까지 병에 걸린다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거다. 실제로 내가 이곳을 찾는 때는 주로 몸이 허하거나 감기 기운이 살짝 돌 때다.
    아니 뭐 훠궈에 온갖 약초라도 들어간단 말이야? 그렇다. 이 집은 그걸 무기로 장사를 하고 있다.
    특히 버섯을 좋아하는 마니아 분들은 이 집을 꼭 들러 보길 권하고 싶다. 이 집 역시 프렌차이즈로 운영되는 집이긴 한데 중국은 아시다시피 프렌차이즈라고 해서 다 균질한 음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집에 간다는 것은 나름대로 수준이 있는 식당이란 뜻이다.
    일단 보양을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메뉴에 신경을 좀 썼다.
    먼저 운남에서 직접 냉동 컨테이너에 넣어 항공으로 운수해 온 야생버섯 세트와 한국의 산채 비슷한 운남 산채 3~4종류가 나오는 산채세트를 시켰다.


    그다음은 역시 훠궈하면 고기가 빠질 수 없지 않겠나. 이 집은 하랄 푸드를 사용하는 신장 훠궈 집 만큼 육질이 좋진 않지만, 손으로 직접 썬 양고기 세트가 있다. 기름진 부위, 된살 부위, 기름과 살이 적절히 섞인 부위까지 모두 한 쟁반에 담겨 나온다. 여기서 끝이냐? 아니다. 대패 삼겹살처럼 슬라이스로 썬 양고기와 소고기도 추가했다.
    사이드로는 쫀득 두부와 목이버섯, 팽이버섯, 우뭇가사리 매듭, 하트하트 생선완자 등을 시켰다.

    주문을 마친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소스를 만들러 소스 바(bar)로 가야 한다. 이곳은 소스바가 아주 잘 돼 있는데 한쪽 편에는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오이, 비트, 배추꼬랑이, 귤, 방울토마토 등이 놓인 과일·야채 코너도 마련돼 있다.
    나는 평소처럼 이번에도 두 가지 장을 만들었다. 하나는 가장 클래식하고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마장(麻酱), 그리고 하나는 '표고버섯장+굴소스+해산물간장'을 조합한 특제소스다.
    나만의 마장 만드는 방법을 잠시 소개하자면,


    1. 일단 마장을 빈 소스 그릇에 담는다.
    2.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땅콩 가루를 넣고, 쪽파를 위에 뿌린다.
    3. 약간 매콤하게 고추기름, 고소한 참기름, 마지막으로 먹고수만 먹는다는 고수를 왕창 뿌려주면 끝이다.

    특제소스는 핵심이 표고버섯장인데 이게 이 집 소스의 전매특허다. 표고버섯을 간장과 소금으로 절인듯한 맛인데 해산물 간장과 섞으면 아주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굴 소스는 소스 점도와 간을 맞추기 위해 추가한다. 사실 감칠맛이나는 MSG 역할 담당하는 거다.

특제소스와 마장, 그리고 표고버섯장과 굴소스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보겠다. 이 집 훠궈의 특징은 솥이 매우 특이하다는 것이다. 가운데 동그란 칸이 따로 구분져 있는데 여기가 바로 보양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리다. 이곳은 야생버섯을 다른 육수와 섞이지 않게 끓이기 위한 공간이다. 종업원은 처음에 훠궈 재료를 서빙하면서 주문한 버섯을 이곳에 넣은 다음 타이머를 주고 간다. 냉동된 버섯의 육수가 우러난 뒤 먹을 수 있도록 '15분'을 맞춰 놓고 가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육수는 진짜 보약과 같다.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지는데 여러 번 임상을 거쳐서 검증이 됐다. 국물은 따로 퍼주는데 정말 진하고 향긋하다. 버섯을 잘 못 드시는 분도 데려와서 대접해 봤는데 너무 진하고 고깃국 맛이 난다며 엄청 좋아했다.

 

    다음은 산채 차례다. 이번에 육수는 매운 국물과 맑은 국물 두 종류를 시켰다. 나는 매운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다른 분들도 동석했으니 같이 맛을 보라고 함께 시켰다. 역시 궈를 덥히자마자 매운 것을 보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나는 머릿속이 온통 땀으로

젖었다.

   산채는 반씩 나눠 각각 육수에 담갔다. 산채의 맛이 상상이 안 갈텐데 생긴 게 저렇게 보이지만 의외로 점성이 느껴질 정도로 질긴 느낌도 나고, 한입 먹으면 향긋한 내음이 입안에 사악 퍼진다. 그냥 산채만 먹어도 되고, 고기나 야생버섯, 각종 사이드 재료를 한 번에 산채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나머지 재료들은 다른 훠궈랑 비슷하다. 다만, 버섯과 산채를 먼저 넣기 때문에 향긋한 맛이 온 재료마다 느껴지니 먹으면서 이제는 사라진 그 단어 '웰빙'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산채쌈, 우뭇가사리, 새우완자

   그리고 훠궈를 먹으면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후식으로 먹는 면이다. 이 집은 전에는 삼색면(당근, 시금치, 마)을 냈는데 이제는 넓은 면으로 바꿨다고 종업원이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그래서 또 새로운 메뉴를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돼지터리언으로서 배가 다 찼지만 시켜 봤다. 먹고 나니 왜 이 면으로 바꿨는지 알 수 있었다. 전에 면이 너무 가늘어 면을 넣고 대화하다 보면 살짝 면이 퍼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면은 오래 삶아도 퍼지지 않고, 굉장히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지금까지 여러 훠궈를 소개했는데 어떤 것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맛의 정수 차오산 훠궈, 양고기로 승부하는 신장 훠궈, 몸이 허할 때 먹는 약선 운남 훠궈. 혹시 주변에 이런 훠궈집이 있다면 찬바람이 부는 늦은 저녁에 찾아가 보길 바란다.

    아. 당분간은 훠궈를 안 먹을 생각인데 아직 못 보여준 훠궈들이 좀 있어 겨울이 되면 또 도전해보도록 하겠다.

#맛객 #운남훠궈 #영양만점 #건강한맛 #하지만맛나 #야생버섯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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