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돼지터리언
안녕하세요. 훠궈 빌런 돼지터리언입다.
여러분. 훠궈 왜 먹나요?
중국 당면? 와와차이(애기배추)? 완자? 유부 튀김? 얼린 두부? 이런 걸 먹기 위한 건가요?
아니죠. 본래 훠궈의 메인은 바로 고기, 미트, 러우(肉) 때문 아닙니겠습니까?
저런 현란한 재료들은 다 뭘까요? 신선하지 않은 고기를 숨기기 위한 기만술일뿐입니다. 아 물론 동의하지 않을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신장 훠궈를 드셔보신다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오늘 제가 찾아간 훠궈집은 베이징 한인촌 왕징 인근에 있는 신장 위구르족 사장님이 운영하는 '쥐바오위안'(聚宝源)이라는 무슬림 훠궈 집입니다. 오늘도 저의 먹방 파트너인 먹사형과 동행했습니다.
긴 말하기 전에 오늘 총평은 그냥 레전드 훠궈라서 말하고 싶습니다.
이 가게 이름 뜻은 쥐바오(보물상자)가 있는 원(집)입니다.
오늘 우리가 집중 공략할 고기 종류는 바로 양고기. 이 집은 무슬림들이 먹는 하랄 푸드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없습니다.
신장 지역은 회족(回族)이라고도 불리는 위그르족은 중국 서북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유목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무슬림들이기도 합니다. 서양 국가들이 중국을 비판할 때 항시 신장을 거론 하는 것은 중국정부가 한족 융화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신장지역을 핍박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실크로드의 길목이었던 신장 지역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식문화도 매우 발전했던 곳입니다.
아무튼 무슬림의 문화를 간직한 이곳은 양고기가 무척 맛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중국 어느 지역이나 신장 식당이 인기가 있을 정도로 신장 양꼬치나 양젖 요구르트 등은 유명합니다. 양고기를 그만큼 잘 다루는 지역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훠궈집에 가서 양고기 시키면 어떻기 나오나요. 대패삼겹살처럼 둘둘 말려 나오죠. 왜 그럴까요? 바로 고기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훠궈는 원래 빠르게 데쳐 먹기 때문에 얇게 써는 거 아닐까요? 물론 맞는 말이긴 한데 이 집 고기를 보시면 그것도 꼭 맞는 말은 아닐 겁니다.
이 집 고기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음...우리가 가끔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을 때 소 키우는 목장 근처에 정육식당 가면 고기 맛이 어떤가요. 아주 그냥 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신선해서 살아 숨 쉬는 거 같지 않나요. 네. 여기 고기가 그런 고기입니다.
일단 여기는 청나라식, 사실 북방 오랑캐식 신선로 같은 특수한 솥을 사용합니다. 훠궈의 시작이 몽골의 유목민 출신 전사들이 투구를 뒤집어 초원에서 불을 때서 해 먹던 것인데 이 훠궈가 북방 오랑캐로 전해지면서, 저런 신선로 같은 형태의 훠궈로 진화한 것이죠. 한국에도 있는 신선로와 비슷하게 이 훠궈도 가운데에 숯을 넣어서 육수를 덥히는 방식입니다.
육수는 맛집 답게 뭐 고를 수도 없습니다. 그냥 맹물에 구기자, 표고버섯, 대추 몇 개 띄워다 가져다 줍니다. 다른 훠궈 집은 육수가 진한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그 집들은 고기 질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
일단 육수가 끓으면 이집 간판 메뉴인 ‘손으로 직접 썬 신선 양고기‘ 한 접시를 집어넣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핏기가 가시면 바로 건지는 거에요. 그리고 역시 선택권도 안 주고 일괄적으로 주는 특제 마장에 사알짝 찍어서 드시면 됩니다. 맛이 어떠냐구요? 그냥 이런 건 한국엔 없어요. 그러니까 베이징에 오거나 저기 위구르족이 사는 신장에 가셔야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고기가 너무 신선한고 약간 두툼하기 때문이 육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신선한 우삼겹을 샤브샤브해 먹는 맛인데 구기자향이 은은히 남면서 양고기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 다음은 ‘고칼슘 양고기’를 넣어 봅니다. 이 고기는 얇게 썰은 고기로 왜 이름이 고칼슘이냐면 바로 고기에 오돌뼈 같은 게 붙어 있거든요. 고기 색깔부터 보십쇼. 맛은 어떠냐면요. 그냥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즐기셨으면 다음으로 백김치를 넣습니다. 순수한 고기 맛을 봤으니 이제 개운한 육수에 빠진 고기 맛도 봐야죠. 백김치를 육수에 넣으면 하얼빈 맛기행 때 먹었던 백김치탕 같은 맛이 나는데요. 백종원님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도 소개된 적 있는 그 칼칼하면서 약간 시큼한 그 백김치탕과 맛 비슷합니다. 여기에 신선한 양고기를 담군 다음에 살짝 익은 아삭아삭한 백김치와 먹으면 한국에 있는 하이디라오를 비롯해 고급 훠궈집인 처우처우, 둥라이순이고 뭐고 다 필요가 없어요.
그 다음엔 처음부터 육수에 들어 있던 표고 버섯을 꺼내서 먹습니다. 육수의 사명을 다한 버섯이니 조금 맛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이쯤해서 먹으면, 양고기 육수가 버섯 살 사이로 스며들어 아주 맛납니다.
그리고 첫 고기를 넣은 다음에 넣어 두었던 완자가 이쯤 되면 다 익게 돼 있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다 익습니다. 이걸 건져서 살짝 마장에 찍어 먹으면 아주 새우살이 씹히면서 쫀득쫀득하거 맛이 제대로 납니다.
이제 사이드 요리를 좀 볼까요. 여기오면 가장 맛난 것이 바로 '체황과뤄보'라고 하는 음식입니다. 한국말로하면 썰은 오이와 무 무침 정도 되겠습니다. 저 붉은색 무가 아주 아삭아삭하니 맛 나는데요. 고기로 지친 입 안을 상쾌하게 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음료는 베이징 맥주인 옌징맥주와 매실차를 시켰습니다. 매실차는 이집 필수템입니다. 매실차가 소화에 좋기 때문에 고기를 마니 먹을 수 있거든요.
이 집은 끼니 때 오면 대기시간이 기본 1시간입니다. 저도 오늘 1시간을 기다렸는데요. 웬만해선 웨이팅해야 하는 집에 안 가는 저도 이 집에서는 다소곳이 양반집 규수의 자태로 기다린답니다. 이날 자리에서 나눌 대화는 대기하면서 다 하구요. 먹을 때는 침묵 속에 흡입만 하면 됩니다.
베이징의 가을에 꼭 해야 하는 일 10가지 중 하나가 우리 회사 근처 외교 공관 거리에 있는 청나라식 훠궈집 둥라이순(东来顺)에 가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야외에서 훠궈를 먹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둥라이순을 자주 가는데요. 여기가 둥라이순 고기보다 10배 맛나요. 이유는 깨끗하고 신선한 하랄 고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월의 마지막날 저는 너무너무 아름다운 밤을 보냈습니다.
종합해보면 요즘 야구 포스트시즌이니 야구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일반 훠궈가 기교파인 좌투 사우스포라면, 이 집은 빠꾸 없는 오른손 오버핸드 투수입니다. 맛은 랜디 존슨 선수의 시속 110마일 찍는직구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전드 훠궈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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