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한국에도 맛의 고장이 있듯이 중국에도 맛의 고장이 있다.
바로 광둥성. 여기서 좀 더 범위를 좁혀 보면, 차오저우(潮州)와 산터우(汕頭) 이 두 지역을 꼽는다.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딤섬이나 차슈 등 요리도 광둥 요리이고, 하여튼 책상 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바로 그곳이 광둥이다.
차오저우와 산터우는 특히 소고기가 유명한데 그래서 중국에는 '전주집'처럼 차오산(차오저우+산터우)이란 이름을 딴 식당들이 꽤 있다.
오늘 간 곳은 동네에 있는 '차오산 소고기 훠궈' 식당이다. 하이디라오나 이런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한데 맛은 훨씬 좋다. 이 식당은 한인촌인 왕징에 있지만 거의 현지인들이 오고 한국인은 잘 오지 않는다. 이날도 우리 테이블 빼고는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식당 이름에 특별히 소고기가 붙은 것은 소고기만 팔아서가 아니라 육수 베이스가 소고기이고, 여기서 제일 잘 하는 고기가 소고기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야근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반주로 백주도 하나 준비해 식당에 들어갔다. 중국 대부분 식당은 술을 들고 가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으니 중국 여행을 하면서 식당에 갈 때 근처 주류 판매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사가지고 가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오늘은 일단 소고기 풀충전 컨셉으로 주문했다. 오늘의 주문은 나의 먹사형이자 절친인 모 매체 선배가 맡았다.
일단 고기는 소 각 부위 6접시와 양고기 1접시를 시켰고, 천엽, 버섯, 채소세트, 두부피 튀김, 생선 완자, 전채 요리로 피딴, 입가심용으로 마늘 장아찌, 후식으로 칼국수 면 2개를 시켰다.
여기 육수의 장점은 일단 한국의 소고깃국 맛이 나 한국인 입맛에도 맛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요즘 훠궈집이 많이 생겼는데 보통 쓰촨식 훠궈가 많다. 이 집은 광둥식으로 소고기 육수만 떠먹어도 해장이 되는 시원한 느낌이다. 실제로 육수에는 무가 듬성듬성 썰어져 들어가 꼭 시원한 소고깃국 맛이 난다.
여기서 내가 훠궈를 먹는 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1.장 테이블에 가서 취향대로 장을 제조한다.
2.전채 요리를 먹으면서 육수가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3.채소 3분의 1과 고기를 먼저 집어넣어서 육수를 진하게 만든다.
4.육수가 진해지면 나머지 채소와 생선 완자 등을 집어넣어서 육수가 스미게 한 다음 먹는다.
5.추가 주문을 해서 처음 시킨 것 중 맛났던 것을 좀 더 먹는다.
6.후식으로 면을 담가서 진한 육수+채소 육수에 익혀 먹는다.
너무 순서가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선고기 후채소만 기억해도 된다.
오늘 반주는 샤오후투센주다. 한국말로 풀이하면 샤오는 '작은 또는 조금', 후투는 '어리석은', 센은 '신선'이란 뜻이다. 합쳐서 풀이하면 '조금 어리석게 살면 신선처럼 살 수 있다 백주' 되시겠다.
이 술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오타이주가 생산되는 구이저우 마오타이현에서 만들어진다. 가격은 마오타이의 10분의 1도 안 되는데 맛은 거의 비슷하다.(최고급용 제외)
가격은 2만원 정도고 연태고량주나 이과두 같은 백주와는 비교하면 안 되는 수준의 맛과 향이 난다.
백주에는 간장향, 농향, 청향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오늘 먹은 것은 농향 백주다.(백주는 나중에 따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차오산 훠궈에 가면 장 종류가 일반 훠궈집보다 많은데 나는 보통 간장소스, 마장소스, 차장소스 세 가지를 제조해 먹는다.
마장은 우리가 흔히 먹는 그 훠궈 소스로 들큰한 맛 때문에 여성 분들한테 인기가 많다. 간장소스는 해물 간장으로 제조하는 데 굴소스로 간을 잡고, 파, 고수, 간마늘, 마늘 튀김 가루를 첨가해 풍미를 살리면 더 맛있다. 차장소스는 차(茶)가루로 장을 만든 것으로 약간 짭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반에 육수가 배기 전에 재료를 담궈 먹을 때 찍어 먹으면 간이 맞고 풍미도 살려 준다.
일단 이 식당의 고기질은 차오산의 이름이 걸린 만큼 다른 프랜차이즈 식당보다는 훌륭하다. 원래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직접 도축을 해서 매일 한마리씩 판매하는 집이 있었는데 위치가 좋지 않아서인지 최근 문을 닫았다.
천엽은 먹사형의 평소 소신대로 약 3~5초 정도 담갔다 먹는데 너무 담그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한 5~7초 정도 담가서 끝이 말릴 때쯤 건져 내 먹는다.
재료를 허겁지겁 건져 먹은 다음에 재료가 대부분 사라질 때쯤 두부피 튀김을 먹으면서 면을 건짐채에 받혀 육수에 담근다. 두부피를 다 먹을 때쯤, 면이 알맞게 익는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훠궈는 흐름이 끊기는 순간 쉽게 배가 불러 남은 재료들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다.
추운 날씨에 뱃속에 훠궈가 들어가니 낮에 취재 때문에 날 괴롭히던 아베의 얼굴도 달덩이처럼 예뻐 보인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을 위해 들어가서 잠을 좀 자야겠다.
#맛객 #차오산소고기훠궈 #샤오후투센백주 #너모맛나다진짜 #훠궈드시러오세요
++아 이 식당은 한글 메뉴판도 있습니다. 모두 야식 먹고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