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파인더 Oct 09. 2021

리더의 몰입

몰입을 경험하고, 촉진하는 리더 

톰소여의 몰입 전략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은 ‘담장 울타리를 모두 페인트로 칠하라’는 이모의 버거운 벌을 멋진 전략으로 가뿐히 해결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톰은 페인트칠이 정말 재미있고 멋진 일인 양 열심히 붓을 칠하고 간간히 뒤로 물러나 담벼락을 보며 감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은 흥미를 느끼고 급기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과, 딱지 등의 선물을 주며 페인트칠을 하고 싶다고 애원한다. “담은 세 번이나 칠해졌다! 만약 페인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마을의 아이들은 파산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페인트칠은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 되었다. 소설 초반부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리더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교훈을 준다. 꾀를 부린 것으로 묘사되지만 친구가 온 줄도 모르고 페인트칠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의미 있는 일로 표현하며, 감탄하는 상황은 친구들에게 충분한 끌림을 주었다. 조직 내 주어진 목표를 톰과 같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으로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며 온전한 나로서 주어진 일에 집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위와 같은 경험을 ‘몰입’으로 정의하고, 몰입 현상을 연구하였다. 그는 [finding flow]란 책을 통해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으로 운동 선수의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지경’, 화가나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 등으로 표현했다. 몰입 상태에서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오로지 그 일에 집중하므로 잠재된 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몰입을 경험하는 동안 감정을 느끼거나 의식할 겨를이 없지만 이후 만족, 희열감 등의 긍정 감정은 행복감을 준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셀리그만 교수는 [긍정심리학]을 통해 행복의 세가지 요소를 긍정적 정서, 몰입, 의미라고 얘기하였고, 이후 [Flourish]에서 개인의 행복을 넘어 기업, 사회에 이르는 웰빙을 위한 핵심 5가지(PERMA)에도 몰입을 강조한다. 


웰빙 5가지 요소 

Positive Emotion 긍정적 정서 

Engagement 몰입 

Relationship 긍정적인 관계 

Meaning 삶의 의미 

Accomplishment 성취  


서울대 황농문 교수는 ‘몰입은 자아실현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하였다. 몰입을 경험하는 동안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를 각성시켜 집중과 주의를 유도하고 쾌감을 일으키며 의욕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물질을 전달한다고 한다. 몰입은 행복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몰입하기 어려운 리더 


VUCA, 온텍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의 키워드가 익숙해지는 조직의 그라운드는 리더에게 심리적, 업무적 엔트로피(무질서)를 유발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으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업무의 방향과 우선순위 선정이 어려울 수 있다.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순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목표와 멀어진다면 리스크는 고스란히 개인과 조직이 떠안게 된다. 리더의 몰입은 경쟁력이자, 성과를 만드는 중요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몰입’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몰입은 물 건너가고 만다. ‘몰입’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몰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경영]을 통해 3가지를 강조했다. 


1.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정확히 알아야 집중하고, 관여할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달성되도록 몸과 마음을 합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목표를 수립하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와 우려스러운 상황은 무엇일지 대비할 수 있다. 조직은 다른 일상의 활동에 비해 업무 규정 및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몰입을 경험하기에는 좋은 조건일 수 있다. 


2. 피드백 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몰입 경험의 상당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와 중요성이 있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평가 및 조언을 통해 목표대비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표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과 기대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 


3. 기회와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한다

주어진 일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벗어나면 심리적인 불안을 유발하고, 너무 쉬운 일이라면  지루함을 느끼며 몰입을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어진 기회와 능력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야한다. 과제와 실력이 모두 높으면서도 대등한 수준일 때 몰입은 고조된다. 


복잡하고어려울수록 목적과 의미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고 밥 먹듯 되풀이 되는 일, 과도한 요구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은 고역이자, 생업의 수단일 수 있다. 몰입이 존재할 수 없는 토양이다. 조직 차원의 제도와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주어진 일의 목적과 의미를 갖고 즐겁게 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립 래터 외 공저 [Running Flow]는 ‘자기 목적적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사람보다 몰입을 더 수시로 경험한다.’고 한다. 몰입 경험 자체가 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경험이자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성원이 받아들이는 목적, 목표의 감도는 어떠한가? 공감하고 있는가? 부족함이 있다면 일의 performance value를 고민하고, 다시 정리 할 필요가 있다. 

갤럽은 [강점으로 일하는 조직]에서 “팀 몰입도의 차이 중 70%는 전적으로 관리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목표 달성의 여정에 발목을 잡는 장애물은 없는지 점검하고, 수시로 피드백해야한다. 목표 달성과 연관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주어진 과제는 달성 가능한 영역이며,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몰입은 과정 가운데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성과와 행복한 경험을 가져다주지만 면면이 들여다보면 리더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조직의 환경 조성이 뒷받침할 때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 몰입을 넘어 조직 몰입으로  

     

“경험의 질에 창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누구와 하느냐, 어떤 여건에서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이다.” -칙센트미하이


1. 조직 몰입의 첫 단추신뢰와 관계 


조직 몰입은 구성원들이 조직에 애착과 소속감을 갖고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적극적인 노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Meyer와 Allen은 조직몰입을 조직의 일원으로 결속과 애착을 느끼는 ‘정서적 몰입’, 득실을 생각했을 때 조직에 있는 것이 득이 되어 잔존의 이유를 갖는 ‘계속적 몰입’, 미래지향적인 기여와 도덕적 의무감에 동조하는 ‘규범적 몰입’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조직 몰입은 쉽지 않은 상황에도 끈기 있게 달려갈 에너지를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 할 다양한 방법과 도구를 만들며 성과를 낸다. 조직의 성과는 개인이 아닌 조직 구성원들이 일군 결과의 합이기 때문에 상호 의존성이 중요하다. 넷플릭스의 인사 철학 중 하나인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보상"이란 말처럼 구성원의 업무와 성과는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리더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스탠포드대 로버트서튼 교수는 ‘나쁜 리더가 팀 성과를 30% 떨어뜨리고, 구성원에 대한 비인격적인 한 번의 말과 행동은 긍정적인 말과 행동 5번과 맞 먹는다’고 하였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하여 정보를 지원하지 못하고, 일관성 없는 업무 지시와 인격적인 존중이 없다면 리더로서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 몰입과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조직이 지향하는 GWP(Great Work Place)는 ‘조직 내 신뢰가 높고,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하는 회사’(한경 경제 용어 사전)로 정의하는데, GWP는 먼저 신뢰를 강조한다. 리더에 대한 신뢰, 조직이 주는 가치의 신뢰를 기반으로 구성원이 업무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재미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그 과정 속에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인성(에티켓)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전문성을 갖는 신뢰받는 리더인가? 멋진 가치와 비전을 가진 조직이라도  신뢰할 수 없는 리더와 함께한다면 자부심을 넘어 재미와 몰입으로 진전되기를 어려울 것이다. 셀프 피드백을 통해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수시로 소통하고, 협업하고, 긍정적 관계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①  신뢰 받는 리더(인성, 매력, 전문성) 

②  소통하는 리더(공감, 경청, 인정, 격려, 조언)

③  성과를 돕는 리더(지식, 정보 공유, 효과적 업무 지시) 




2. 구성원을 알아야 몰입을 돕는다

     

성취의 경험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역량을 발휘하고, 목표를 향한 인내가 필요한 상황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역량과 의욕을 최고조로 높이고, 오로지 이 순간에 집중해야한다. 구성원의 역량과 의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인 그들을 알아야 한다. 허두영 작가는 [요즘 것들]을 통해 대표적인 특징 7가지를 공유한다. 

1. 질문자 – 말을 자르는 순간 마음을 닫는다.

2. 조급증 어른이 – 10분 이상 답을 기다리지 못한다. 

3. 학습자 – 배울 게 없으면 쌩깐다. 

4. 최신 기술 숙련자 – 혼자가 편한 온라인 소통의 전문가다.

5. 의미 추구자 – 명확한 설득 논리를 원한다. 

6. 현실 주의자 – 멘토가 아니라 진솔한 소통의 파트너를 원한다. 

7. 성취주의자 – 연출 따윈 관심 없고 공정한 평가와 대우를 원한다. 


리더는 그들의 소통 방식을 이해해야 역량과 의욕을 촉진할 수 있다. 공감과 경청을 기반으로 신속한 피드백,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득, 진솔하며 수평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관계와 환경도 갖추어지면 공감과 몰입의 폭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일본 전산의 나가노리 시게노부 회장은 직원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첫째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하며 지속적인 몰입을 경험하는 자연 발화 형, 둘째는 남들이 열심히 하거나 회사의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수동 발화 형, 셋째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거의 몰입하지 못하는 불연소형이다. 직관적으로 나는 어떤 유형인가, 구성원들은 어떤 유형에 가까운가? 유형에 따라 지식, 스킬을 꼼꼼히 알려주거나 공감과 격려, 혹은 위임과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 각자에 맞는 몰입 업무, ‘골디락스 업무’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골디락스 업무’는 다니엘 핑크의 저서[드라이브]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먹기 좋은 죽을 먹는 동화 속 소녀 ‘골디락스’에서 따왔다.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업무이다. 내재적 흥미를 돋구고,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게 할 ‘골디락스 업무’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구성원의 역량을 알아야 한다. 담당 업무와 관련한 사전 경험과 지식이 있는가, 문제해결 경험이나 수행에 필요한 기술이 있는가, 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역량이 있어도 의욕이 따라주지 못하면 어렵기 때문에 이미 언급한 목적에 대한 공감과 관심, 그리고 의지는 어떠한지를 통해 역할 조절을 필요할 것이다. 




몰입이 주는 행복한 성장

     


몰입은 일종의 상태(state)이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따라 유지되거나 멈출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몰입도를 진단, 측정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잘못된 접근일 수 있다. 긍정적이고 성취적인 마음 상태(state)를 계속 유지하고, 헌신과 몰두하기 위해 리더는 두가지 질문을 늘 머리와 가슴 속에 품어야 할 것이다.   

1) 어떻게 하면 ‘자주’ 몰입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을까?  

2) 어떻게 하면 몰입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목표에 대한 깊은 공감과 ‘골디락스 업무’를 위한 역할 분담이다. 강점과 역량을 보는 리더의 통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구성원의 자발성을 촉진한다. 구성원 스스로가 고민하고 역량을 발휘할 때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보여주기 식 일처리나 관례는 몰입과 거리가 멀다. 리더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을지 또한 꼼꼼히 살펴야한다. 리더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소통이나 환경일 수도 있다. 몰입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충만한 순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행복한 삶에 크게 기여한다. 


연탄불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너에게 묻는다]中 


교세라 창업주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우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졸업 직후 간신히 교토의 오래된 제조회사에 취직했다. 어려운 회사의 상황과 현재의 실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몰입한 결과 '마그네슘 감람석'이라는 새로운 파인세라믹스 합성에 성공했다. 일본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 쾌거를 만들었고, 업계의 판도를 바꾼 성과를 이루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뜨겁게 일구고 싶은 목표는 없는가? 충만한 삶을 위한 몰입, 행복을 위한 몰입을 경험하고 촉진하는 리더가 되기를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을 공간을 점검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