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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Jun 09. 2021

얼만큼의 옷이 필요할까?

가정경제연구소- 번외 편#3

대체 얼마만큼의 옷이 필요할까?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계절마다 요일별로 입을 상의 1벌씩 총 5벌, 계절별 재킷 또는 아우터 3-4벌, 정장 바지 또는 스커트 4-5벌 이런 식으로 옷을 구비했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둔 뒤부터는 계절별로 집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옷 한 두 벌과 경조사 때 입을 정장 한두 벌 이외에는 더 이상 옷이 필요 없게 되어버렸다.


최근에 '딱 1년간 옷 안사고 살아보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원래 성향이 뭐든지 최소주의라 옷장 가득 옷을 쌓아놓고 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2년 전쯤인가 그래도 옷을 사기는 사는데 왜 매일 입을 옷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살펴보니 이제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데도 계속 정장 블라우스, 정장 바지 등 정장류의 옷을 사 왔기 때문에 이렇게 산 옷들은 1년에 한두 번도 입을 일이 없고, 정작 평소에는 입을 옷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낙 정장을 좋아해서 정장을 입으려고 15년 넘게 회사를 다녔는지, 아무튼 퇴직해서 가장 아쉬운 것 하나를 꼽자면 정장을 입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을 졸업한 뒤로는 계속 정장류의 옷만 사 왔기 때문에, 회사를 나가지 않는 나는 평소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에 대해 감이 없어서 최근 3년 동안 찍은 사진 속 나를 유심히 관찰해보았다. 그렇게 해서 평소의 나는 정말 입어서 편한 옷, 몸에 닿는 감촉이 좋은 옷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히 그동안 쓸데없이 샀던 정장류의 옷들은 당근 마켓을 통해 처분하고, 지금의 나를 위한 옷들을 최근 1-2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장만해오고 있다.


'딱 1년간 안사고 살아보기'라는 책을 읽고 나름 내 옷장의 옷들을 엑셀에 다 정리해보았다. 이렇게 리스트를 정리해보니, 어떤 카테고리의 옷이 넘치고 어떤 카테고리의 옷이 부족한지 잘 알게 되었다. 내년 정도까지 지금의 나를 위한 옷장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참고로 나만의 옷장 정리 목록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리해보니 그렇게 옷이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아직도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있다. 생각보다 옷은 정말 필요하지 않구나 절감하고, 옷을 사는 즐거움과 이별하는 연습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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