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밥 같은 글쓰기
뭐라도 쓰고 싶은 날엔
by roman editor Oct 30. 2020
특별할 것 없는데도 가슴 뭉클해지는 글이 있다. 엄마의 집밥처럼 보통의 밥상처럼.
그 안엔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이의 버텨낸 시간이 있음을 짐작한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엄마의 밥상을 찾는다.
뚝딱 차려진 밥상의 위로. 잘 풀리지 않아 응어리졌던 속은 금세 술술 풀린다.
된장찌개, 시금치나물, 고구마 줄기, 열무김치, 고추장 진미 볶음, 계란말이까지.. 흔한 반찬 사이에 깃든 엄마의 손맛들을 음미한다.
보통의 밥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심심하게 무쳐낸 나물 반찬, 구수한 된장찌개, 달짝지근한 진미 볶음까지 지친 입맛을 되살리는 비법은
엄마의 손끝에 달린 듯했다.
엄마의 밥상은 그렇게 내 어깨를 다독인다.
문득,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집밥 같은 글, 엄마의 손맛 같은 글쓰기를.
이른 아침부터 사부작사부작 엄만 그날의 밥상에 올라갈 재료들을 손질한다. 멸치 대가리를 따고, 콩나물 뿌리를 다듬는다. 시금치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시든 이파리를 골라낸다.
기도하듯, 수련하듯 재료들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글의 재료들을 모으고 다듬는다. 모두 흔한 재료들일지라도 쌀 한 톨 흘려보내는 법이 없다. 어제 만난 친구, 오늘 밟은 낙엽, 점심때 마신 커피 등 떠오르는 재료들을 정성껏 잘근잘근 곱씹는다.
자르고, 털어 내고, 씻어서 나만의 글감으로 다듬는다. 중요한 건 반복이다.
매번 똑같이 이어지는 그 다듬는 과정을 버텨내는 것으로 손맛을 훈련한다.
준비된 재료들은 엄마의 손을 거쳐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어떤 재료엔 소금을, 어떤 재료엔 된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방금 손질한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진한 국물에 엄마표 된장을 푼다. 호박, 감자, 양파 몇 개의 야채가 더해진다. 부글부글 끊어 오르자 퐁당 두부가 합류한다. 무던하게 반복되는 요리비법들. 특별하게 하나 없는 조리 과정에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쌓이고 ‘정성’이라는 양념이 버무려져 특별한 반찬으로 거듭난다.
엄마의 시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다. 무던한 반복으로 버텨 낸 엄마의 시간 말이다.
버텨내며 일궈낸 손맛. 이보다 황홀한 맛은 없다.
그렇게 뭉근하게 앉아서, 쓰고 다듬으며 시간을 버텨내자고 다짐한다.
고비의 시간이 찾아올 때마다 엄마의 밥상으로 다독이며 부지런히 써 누군가에게 집밥같은 글을 차려주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