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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세 아동까지 구금하는 무자비한 법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헌법불합치 결정

by JOHN

대한민국에 만 4세 아동까지 구금하는 무자비한 법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시나요? 지난 3월 23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그런 무자비한 법이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법률로 인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은 송환될 때까지 구금의 대상이 되었으며, 영장도 없이 무기한으로 구금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아동, 임산부, 장애인 등 별도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도 함께 구금된 사례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만 4세인 어린이가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현행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긴 하지만, 곧바로 법률이 사라지면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때,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그 법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하는데요. 해당 법률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주된 이유는 구금 기한의 상한선이 없어 강제퇴거 대상인 외국인을 무차별적으로 구금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구금 기한의 상한만이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보호소는 사실상 교도소와 같은 역할을 하여 구금 중에 제대로 된 식사도 할 수 없거나, 통역이 제공되지 않거나, 12차례 이상 독방에 갇히고 손과 발목을 포박당해 이른바 '새우 꺾기' 고문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아동들도 구금된 상태로 생활하다 보니 혼자 악몽을 꾸면서 깨거나, 바지에 배변하는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백지원, 2022). 이처럼 감옥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동을 구금하는 것은 아동의 신체와 정신,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던 아이들이 그린 그림 (출처 : 조선미디어/사단법인 두루)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정해진 기한 내에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외국인 보호소 구금 기간의 상한 마련뿐만 아니라 아동 등에 대한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법 개정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 국회에서 아동 구금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었는데, 이렇듯 획일적으로 아동을 구금 대상에서 배제해 버리면 구금된 부모님과 강제로 떨어져 지내야 하므로 이 역시 아동의 성장과 심리적 안정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 등 보호가 필요한 대상은 별도의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구금이 아닌 다른 교육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주무 부처 장관 등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한 사회가 얼마나 선진국인지는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대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제퇴거명령이 결정된 외국인과 아동이라고 하여 인권조차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와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의 기존 목적을 달성하면서 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제대로 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백지원, 헌재 대심판정에 등장한 ‘쇠창살 그림’… 어린이 구금하는 출입국관리법 위헌성 공개변론, 조선미디어, https://futurechosun.com/archives/69017, 2022.10.14.

신민정, 어린이도 ‘무기한 구금’ 출입국관리법…이번엔 ‘위헌’ 나올까,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2352.html,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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