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뒤에 가려진 아동의 권리, 상법 제732조의 이면

<상법> 제732조 개정

by JOHN

'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보험 제도를 이용해서 보험 사기나 자해 공갈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아동의 경우에는 보험 사기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현행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법적으로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만약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즉,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아동을 대상으로, 보험금을 노린 반인륜적 범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동 보호를 위해 제정된 이 법이 정작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아동의 가족에게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라는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수많은 학생이 이 조항 때문에 사망 보험금을 받지 못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중학생 역시 만 14세라는 이유로 포항시의 시민안전보험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아동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재난 피해 아동을 보상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 방식은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와 비교해 보아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습니다.


'KIRI(보험연구원) 보험법 리뷰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연령에 따른 전면 금지 대신 보험금을 장례비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15세 미만 아동에 대해 보장 금액의 한도를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양승현 2023).


해외 선진국들은 '전면 금지'라는편의적인 수단 대신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통해 범죄 예방과 보장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4년에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여전히 대다수 아동의 보장 공백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1)바람직하지는 않으나 상법 제732조에서 '15세 미만자'를 삭제하자는 안, 2)청소년 단체에서 실시하는 야외학습 등의 단체활동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의 안전을 대비하기 위하여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인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안, 3)단체보험의 피보험자는 예외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이 제20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바 있습니다.

제20대 국회~제22대 국회 상법 제732조 개정안 발의 현황 중 일부


그러나 이러한 아동 안전 법안들은 늘 다른 정쟁 사안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었고, 이전 국회에서 발의된 안들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 되었으며, 현재 발의되어 있는 것도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보상 체계의 미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가족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습니다.


입법 취지가 선하다고 해서 그 법이 낳은 명백한 부작용을 방치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동의 생명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 남겨진 이들이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을 권리입니다.


이제는 아동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있는 입법적 태만을 멈추고, 더 이상 나이가 슬픔의 무게를 차별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상법 제732조에 대한 조속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박선우. (2022). 지하 주차장서 숨진 "키워주셔서 감사" 그 중학생, 1살 모자라 보험금 못 받는다, 로톡뉴스. https://lawtalknews.co.kr/article/A10P7R68Z9K6, 2022. 10. 11. (2026. 02. 21. 접속).

양승현. (2023). 15세 미만자 단체보험 사망보장 허용 관련 상법 개정안 검토, KIRI 보험법 리뷰 포커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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