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4월 그날의 시
― 정우영 시인의 ‘연두’
연두
정 우 영
너를 따라갈 수 없는 꽃잎들,
화르르 번져가는 어제에게
내가 대신 가 있겠다.
너는 재잘재잘 돌아와 오늘을 익혀라.
새침하고 다감하게.
내일을 묶은 통증들 기척으로도
실어 가지 않으리. 슬픔이 밀어 올린
새잎들로 부산스러운 아침.
순둥순둥 눈빛들 팔랑거린다.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
환희를 뿜으렴. <시 전문>
다시 4월입니다. 여러 감정이 떼로 몰려와 40여 일 동안 시 주변을 서성거렸어요. 때론 농도 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글을 쓰는 지금도 비가 내립니다. 신촌의 벚꽃길에 줄지어 선 나무들은 비와 바람에 여린 꽃잎들을 한 잎도 남기지 않고 떨어뜨렸어요. 그러고는 이파리마다 맺힌 눈물을 투두둑 떨구고 서 있습니다. 글 한 줄 못 쓰고 보낸 지난 시간의 제 민낯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정우영 시인의 ‘연두’를 읽고 일시 정지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봄과 4월은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습니다. 시를 배워갈수록 더 그렇습니다. 내리는 비에 마음까지 젖지는 않는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