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이야기 1

7번 국도 아이

by 김전한


Lighthouse.jpg


강구 건너 울진 지나

삼척 건너 강릉 지나 속초 건너 7번 국도

7번 국도 바다 마을에서 태어났던 아이

7번 국도를 조심스레 건너 바다에서 물장구치던 아이


그땐, 강원도 울진군이었던 7번 국도

비포장 도로였던 7번의 해변도로

대구까지 와서야 아스팔트 처음 봤던 아이

7번 국도 바닷가 아이


울진 삼척 무장공비 소탕하러 몰려온

미군들 꽁무니 따라다니며

깁미 쵸코렛을 외쳤던 7번 국도 아이

군용 트럭이 달리고

잠자리비행기 요란스레 떠돌던 7번 국도


그러거나 말거나 외가댁 후포 항 언덕 위

하얀 등대는 의연하게 밤을 밝혔고

수박 한 덩이 말표 사이다 김밥 꾸러미

등에는 니꾸사꾸 가슴엔 폐타이어 우끼 걸치고

망양해수욕장 갔던 우리 어린 삼남매의 7번 국도,


성류굴, 성류굴, 아 성류굴

백암온천, 백암온천, 첨벙 백암온천

스무 살 땐 바다에서 죽자고

강릉행 완행버스로 올라갔던 7번 국도

뛰어든 강릉 겨울바다

하이고 추워라, 십겁 하고 뛰어나와

계면쩍게 쓴웃음 지으며 하행하였던 7번 국도


연애할 때마다 그녀는 바뀌었지만

푸른 길은 늘 거기 출렁출렁 7번 국도

신문쟁이 친구 출장길 따라갔다

낮술에 젖어 해변에 고꾸라졌던 7번 국도

영화 찍으러 갔던 7번 국도

사벌식 타자기 들고 시 쓰러 다녔던 문청 시절의 7번 국도

시나리오 쓰러 갔던 낙산의 7번 국도


반바지에 흰색 스타킹 못 생긴 6살의 7번 국도 아이

교회당 뒤 울진 국민학교 언덕 위의 7번 국도 아이

어린 여동생 정숙이가 순하게 죽어가며

열꽃 피웠던 7번 국도의 홍역

송이버섯 사업하다 거덜 난 7번 국도 아버지

울진 국민학교 고적대 여대장이었던 7번 국도 누나

구슬치기의 명수였던 7번 국도 형


볕살 좋은 날 마당 가득 펄럭였던

7번 국도 어머니의 재생 생리대

어데보자아 우리 전한이...짬지 얼마나 자랐나

7번 국도 아이 고추 잡고 장난쳤던 7번 국도 할머니.


사루비아 꽃잎 속의 꿀 따먹었던

7번 국도 등기소 꽃밭

벤또, 사라, 쓰봉, 우와끼,이까, 잠께이 뽀시, 닌징, 다마네기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7번 국도 언어들

피대기 오징어 줄지어선 7번 국도


언덕 위 교회당 타종소리

아직도 쟁쟁거리는 7번 국도 바다마을

언젠가 연어가 되어

남대천으로 되돌아갈 것 같은 7번 국도 아이


여즉 어른이 되지 못하고

7번 국도변을 맴도는 아이

늙어 죽을 때까지 철들기를 반납한

피터 팬의 7번 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