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이야기 4

훔친 사과는 당도가 높다

by 김전한


훔친 사과는 당도가 높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넌 자라서 뭐가 되고 싶냐?”

난 그윽하게 눈을 내리깔면서 일단 하늘을 한번 쓰윽 올려다본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삐딱하게 꼽는다.

눈빛은 최대한 염세적인 몽롱함을 뿜어내면서

그리고 천천히 입을 궁굴리며 대답한다.

"난 정말이지 되,고 싶은 게 없이 살아가는 게 꿈. 이. 다.

혹자는 그걸 무위자연이라고도 하지 아마도"

(하이고 맘속으로는 오만가지 오색찬란한 욕망으로 디글디글 끓고 있으면서)


그런 꼴값을 떨면서 잰 체하고 있노라면 그게 또 그런대로 먹혔다.

그래도 너의 소망이 뭐냐고 묻는다면?

"........ 난, 세상의 모든 열쇠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도둑이 되고 싶다"

(하이고 점 점) 친구 녀석들은

“오호~ 역시!”라고 탄성을 질러준다.

그러면 나는 시니컬한 웃음을 입가에 잔잔히 머금는다.

(아 왜 나는 일찍이 배우로 나서지 않았을까)

그러나 도둑질은 그렇게 관념적인 근사함이 아니라

치사하고 비겁하고 살 떨리는 행위 라는걸 나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하교 길.

참새 두 마리가 늘 쉬어가는 방앗간이 있었다.

내당동 신도극장 입구,

그 당시엔 제법 큰 점방.

친구 녀석은 주범이고 나는 주로 똘만이었다.

내가 망보고 녀석은 신기의 손놀림으로

소라 빵 두개씩을 꼭 훔쳐내야만 우리들의 하교 길은 마무리가 된다.

사과는 훔쳐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훔친 소라 빵의 그 달콤함은 잊을 수가 없다.

이쁘게 쌓아 올린 똥 무더기 형상의 그 소라 빵.

베베 꼬인 그 속에 꽉 들어찬 하얀 크림.

철철 넘쳐 나오던 그 도파민의 늪.

하교시간이 다가오면

우린 저도 모르게 발길이 그 점방으로 향하게 된다.

더욱 아이러니는 그 도둑 친구도 부모님이 점방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점방집 아이.

만화방 집 아이.

내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무엇이 아쉬워 남의 방앗간으로 날아들었을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그 이끌림. 그 도파민




# 점방의 역사

점빵---구멍가게---가게---연쇄점----슈퍼---편의점---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