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여긴 며칠 전부터 비가 쉼 없이 내립니다.
바람도 우우웅~거리는 짐승의 소리로 무섭게 불고 있습니다
비 때문에 어제오늘 꼼짝 않고 집에서 뒹글 거리다
연말까지 우리랑 함께하고 있는 딸내미랑
집에서 가까운 곳 구릉지대 넓은 평원으로 바람 쐬러 나갔는데,
안개비가 너무 많아 앞을 볼 수도 없고,
위험하기도 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왔답니다.
잠깐의 드라이브였지만 우중 드라이브 저만 좋았나 봅니다.
운전하느라 애쓴 사람은 난데, 옆자리에 앉아 조심조심만 남발하던 남편이 성격상 더 피곤했었나 봅니다.
집에 와서는 어깨도 아프고 찬바람을 쐬어 머리가 아프다며 일찍 자러 올라가고,
착한 딸내미는 곁에서 접어둔 책을 다시 펼치고 있네요.
저는 식탁에 앉아 인터넷 뉴스 속 함박눈 쏟아지는 경복궁 사진을 보고 있자니 고향이 그리워지고,
고향에 계신 연로하신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 지면서 뭔가가 훅하고 가슴을 치고 올라옵니다.
이럴 땐 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그리움의 깊이만 더 깊어져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기에
급하게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토닥거리고 있답니다.
이런 순간과 맞닥뜨리는 일은 외국살이 중인 이들에겐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날 밝으면 '엄마~'하면 '어이, 내 딸인가?' 하시는 목소리라도 들어야겠습니다.
내일모레면 런던으로 돌아가는 딸을 위해 차린 한식 한상입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국요리를 해 먹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답니다,
지난번 런던에서 구입해 온 순대와, 유부초밥, 부추만두, 어묵으로 기본 음식을 만들고,
간단하게 배추 겉절이와 오이소박이를 안주삼아 담금주(블랙베리) 한잔 하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니 행복했고, 이렇게나마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더 감사한 하루였답니다.
2023년도 이틀 남았네요.
요즘 무슨 날이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쁘게만 가는 저 날들을 잡아 식탁 의자에 꽁꽁 묶어 두고 싶어지는 시간입니다.
2024년은 저에겐 좀 느리게 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바쁠 것 없고, 서두를 것 없이
쉬엄쉬엄, 뉘엿뉘엿 거리는 한 해가 되길,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구독자님!
2024년은 하시는 일마다, 눈길 주는 곳마다 웃음꽃 만발하시고,
행운과 사랑이 한가득 쏟아지는 한 해 만드시길 소망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