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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Dec 30. 2023

망운지정(望雲之情)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여긴 며칠 전부터 비가 쉼 없이 내립니다.

바람도 우우웅~거리는 짐승의 소리로 무섭게 불고 있습니다

비 때문에 어제오늘 꼼짝 않고 집에서 뒹글 거리다

연말까지 우리랑 함께하고 있는 딸내미랑

집에서 가까운 곳 구릉지대 넓은 평원으로 바람 쐬러 나갔는데,

안개비가 너무 많아 앞을 볼 수도 없고,

위험하기도 해 하는 수 없이 으로 되돌아왔답니다.  

잠깐의 드라이브였지만 우중 드라이브 저만 좋았나 봅니다.


운전하느라 애쓴 사람은 난데, 옆자리에 앉아 조심조심만 남발하던 남편이 성격상 더 피곤했었나 봅니다.

집에 와서는 어깨도 아프고 찬바람을 쐬어 머리가 아프다며 일찍 자러 올라가고,

착한 딸내미는 곁에서 접어둔 책을 다시 펼치고 있네요.  

저는 식탁에 앉아 인터넷 뉴스 속  함박눈 쏟아지는 경복궁 사진을 보고 있자니 고향이 그리워지고,

고향에 계신 연로하신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 지면서 뭔가가 훅하고 가슴을 치고 올라옵니다.

이럴 땐  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그리움의 깊이만 더 깊어져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기에

급하게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토닥거리고 있답니다.

이런 순간과 맞닥뜨리는 일은 외국살이 중인 이들에겐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날 밝으면 '엄마~'하면 '어이, 내 딸인가?' 하시는 목소리라도 어야겠습니다.


지난여름 지천에 널린 블랙베리를 따다 담근 술을 예쁜 와인병에 옮겨 담아 식탁에 올렸다.

내일모레면 런던으로 돌아가는 딸을 위해 차린 한식 한상입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국요리를 해 먹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답니다,

지난번 런던에서 구입해 온 순대와, 유부초밥, 부추만두, 어묵으로 기본 음식을 만들고,

간단하게 배추 겉절이와 오이소박이를 안주삼아 담금주(블랙베리) 한잔 하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니 행복했고, 이렇게나마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더 감사한 하루였답니다.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 한국서 가져온 씨앗으로 자란 부추가 여태 새싹을 올리는 중이라 오이소박이에 부츠 듬뿍

2023년도 이틀 남았네요.

요즘 무슨 날이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쁘게만 가는 저 날들을 잡아 식탁 의자에 꽁꽁 묶어 두고 싶어지는 시간입니다.

2024년은 저에겐 좀 느리게 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바쁠 것 없고, 서두를 것 없이

쉬엄쉬엄, 뉘엿뉘엿 거리는 한 해가 되길,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구독자님!

2024년은 하시는 일마다, 눈길 주는 곳마다 웃음꽃 만발하시고,

행운과 사랑이 한가득 쏟아지는 한 해  만드시길 소망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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