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중히 여겨온 작품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음을, 그리고 끝이 있으므로 다시 새로운 시작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지막을 마주하는 일은 늘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끝이 있더라도 어쨌거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서 이기적이더라도 아주 작은 용기는 필요한 법이니까.
이사 준비는 착착 잘 진행되고 있다. 보험으로 청약을 넣어두었던 곳도 당첨되었고 원래 희망하던 임대주택도 미달이라 무난하게 올해가 가기 전에 이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빠르면 성탄절 즈음. 전역하고 그 동네에서 3년간 많은 일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한 발자국 내딛을 때도 되었겠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해낼 것이다.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주변 선생님들의 축하도, 우려도 있었다. 3년간의 학위 과정을 마무리하기에 내가 모아놓은 돈이 부족한 줄은 알지만 언제나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되었을 때 시작할 순 없는 법이다. 기회가 목전에 있고 내가 그것을 해낼 의지가 있으니 조금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나아가보기로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때 고민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지출을 줄이고 한정된 예산으로도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더 고민해봐야겠다. 앞으로 당분간은 지금만큼 풍족할 수는 없기에.
벌려놓은 일이 많아 고민인 부분도 있다. 독서모임을 만들고 시작하는 일은 내가 오래 꿈꿔온 일이었지만 내년에 환경이 바뀌면 지금처럼 모임을 여유있게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그때쯤이면 새로운 분이 모임을 맡아주시거나 아니면 방법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지. 하지만 읽는 일을 멈추고 싶진 않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늘 나에겐 구원이었으니까.
모든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시작되고 끝나진 않는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