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보니 이렇게

정이 들었나 봐

by 이렇게

최근 스리랑카 정부는 디폴트 선언을 했다. 외화 채무 의무를 일부 포기한 것이다.

스리랑카 정부의 외화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내 스리랑카 고객들과의 거래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객에게 대금 결제 계획을 물어야 했고, 이후 진행되는 선적에 대해서는 수출 보험을 추가로 가입했다.

고객은 본인들의 회사가 큰 회사의 자회사 이기 때문에 대금 결제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실제로도 그들의 대금은 한 번도 연체된 적이 없다.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이런 일도 겪는구나 생각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원재료가 이전에 거래하던 고객들에게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현재 원재료를 구할 길이 없어서 아우성이다.

공장은 돌려야 하고, 자신들의 고객과 약속한 대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상황을 어느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시장의 고객들도 원재료를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시장에 한정된 수량은 이미 다른 고객과의 계약으로 줄어든 상태이고

안타깝지만 내 고객들에게 나는 팔 수 있는 수량이 없다.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지사원들의 물량 확보에 대한 압박과 고객 측을 통해 전달받는,

물량을 더 공급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는 사뭇 괴롭다.

그러나 그 괴로움이 그저 팔 물량이 없어서라기 보다, 그들의 감정과 심정에 이입되기 때문이다.


이 이입이 과연 영업일을 하면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이 일에 사뭇 몰입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그 나라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토록 힘든 3달이 지나, 이제는 이렇게 정이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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