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몸의 균형을 가꾸고 다듬는 호정
인생을 살면서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회사와 가정,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여유로운 개인 공간은커녕, 그저 숨을 고를 여지조차 부족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공간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가장 흔히 선택되는 피난처는 화장실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여유 그리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누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정된 시간 안에만 허락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만의 공간, 놀이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에피쿠로스는 자신만의 정원을 구입하고 직접 꾸몄다. 이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철학을 논하고 삶을 성찰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그는 친구들과 제자들을 초대해 철학 활동을 이어갔고, 정원은 고유한 사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크고 화려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원하지 않는다. 나의 공간은 타인과의 연결과 관계를 배제하지 않는다. 즉, 내 놀이터는 바로 골프장이다. 골프장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특별한 선물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사유가 꽃피고, 관계가 깊어진다. 매일 같은 것처럼 보이는 풍경 속에서도 골프장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억압된 감정을 언어와 행동으로 풀어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안정을 찾아간다. 이 공간은 순환성과 정화작용을 통해 우리를 더 순수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삶의 현장이다.
또, 골프장은 관조의 플랫폼이다. 특정한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며,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하늘이 내려준 기를 받아들이는 공간에서 우리는 성장의 양분을 흡수하고, 씨앗을 뿌린다. 이 위대한 공간에서 신의 허락을 받아 놀이를 즐기는 행위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이다.
골프장에서 걷기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걷기는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운동을 넘어, 내면의 사유를 충만하게 하고 폭발시키는 행위다. 몽테뉴는 “은거할 곳에는 꼭 산책장이 있어야 한다. 앉아 있으면 사유는 잠들어버린다. 다리가 흔들어놓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2007, 걷기의 철학, 크리스토프 마무르). 이 말처럼, 걷기는 몸을 튼튼하게 하면서 정신의 활력을 일깨운다. 골프장에서 걷는 행위는 단지 홀을 이동하는 것을 넘어 삶의 여정을 상징한다.
골프장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아무나 이곳에 초대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처럼, 내 공간도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장소로 남기를 바란다. 내 공간에 들어올 사람은 진정한 동료로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속임수와 탐욕으로 얼룩진 이들은 결코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공간을 활용해 사유정신이 생각에만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다. 독서와 글쓰기로 성장의 장을 함께 마련하고 싶다. 골프장은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라면, 읽기와 글쓰기는 현실을 잡아주는 공간이다. 이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큰 원 안에 공존하며 균형을 이룬다. 사상이 현실을 인도하고, 현실이 사상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한다.
나만의 공간, 놀이터는 단순한 물리적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새로운 규칙과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의 터전이다. 낡은 생각과 규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설계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며 성장하는 장소다. 공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능력과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한다. 함께하는 이들과 교감하며, 내 놀이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자체로 의미를 더해간다. 인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을 갈망한다. 내 공간은 이 두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장소다. 혼자일 때는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갖고, 여럿이 함께할 때는 교감과 성장을 도모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놀이의 장을 넘어, 삶의 깊은 통찰과 본질을 깨닫는 놀이터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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