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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Oct 23. 2022

'꼬마 니콜라', 행복의 시간을 선사하다

[리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 <꼬마 니콜라>

보는 내내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관객은 82분 동안 행복의 마법에 빠진다.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는 동명의 프랑스 베스트셀러 동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 귀여운 개구쟁이 니콜라가 친구들과 펼치는 일상을 그린 이 동화는 1959년 출간돼 45개국 1500만 부 이상 팔렸다. 영화로도 몇 차례 만들어져 국내에 개봉했다. 애니메이션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올해 장편 대상을 받았고 칸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으로 21일 처음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1955년 프랑스. 장 자크 상페가 삽화로 작은 남자아이 캐릭터를 그려온다. 맞은편에 앉은 르네 고시니에게 글을 부탁하며 작업을 해보자고 부탁한다. 무슨 캐릭터로 이름을 지을까 고민하던 중 지나가는 버스 광고에 붙은 '니콜라'라는 이름을 보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이름이 꽂혔고 이상하게도 상페가 그려온 캐릭터와 찰떡궁합이 됐다. 그렇게 니콜라가 탄생했다.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의 한 장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초등학생인 니콜라는 친구들과 계속 놀고 방을 어지르고 정신없이 지내지만 호기심도 있는 귀여운 아이다. 소란스러우며 친구들과 좌충우돌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신나는 일상과 모험의 연속이 펼쳐진다. 외할머니에게 선물로 비행기를 받아 기뻐하다가 케이크와 사탕을 마구 먹어 소화불량에 걸리기도 한다.


여자애들은 아무 때나 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가도 여자아이 루이제르가 귀엽게 눈을 뜨며 어른들에게 허락을 구해내는 모습을 보고 "저 눈 뜨는 수법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급기야 루이제르가 맘에 들어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느 날은 친구와 학교 수업을 땡땡이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돈이 없어서 무산된다. 대신 밖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특별하진 않지만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보이는 장면들을 보면 왜 이 동화가 널리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쓱싹쓱싹 마법처럼 순식간에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공간, 배경이 그려지는 장면을 보는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이 애니메이션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니콜라가 가끔 자신의 공간에서 나와 작가 르네와 상페와 대화하는 장면이 그렇다. 대화할 때 이 두 작가는 니콜라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을 고백한다.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의 한 장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어린 시절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고 훗날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겪었던 르네와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렸던 상페의 과거가 나온다. 행복한 니콜라 뒤에는 사실 작가들의 어두운 시절이 있었던 셈. 그래서 역설적으로 행복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음을 관객은 이해하게 된다. "내가 못 가진 어린 시절을 덕분에 누리고 있으니."라는 대목처럼.


이 두 작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꼬마 니콜라>는 이 두 작가에게 헌사를 보낸다. 작가 르네는 1977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상페는 올해 8월 90세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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