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거짓말…연애와 정치는 닮았다

[리뷰] <부스지마 유리코의 적나라한 일기>(2016)

by 김진수

<부스지마 유리코의 적나라한 일기>(2016)

주연 | 마에다 마츠코, 아라히 히로요미


VPvfo0OQ.jpeg ⓒTBS

카페에 마주 보고 있는 커플. 남자가 먼저 이야기한다. “양다리는 때려치워. 헤어지기 싫으면 양다리는 때려치우라고. 때려치우라니까 유리코” “포기 못해. 꼭 헤어져야 해? 난 헤어지기 싫어. 왜냐하면 난 아직도 널...” 남자가 컵에 담긴 물을 여자에게 부어버린다.


여자의 이름은 부스지마 유리코(마에다 아츠코). 잠깐 당황한 유리코. “정말 미안해. 그래도 있잖아 난 너 사랑해. 누가 뭐라고 해도 진짜 사랑해 그것만은 알아줬음 좋겠어.” “사람 우습게 보지 마. 그걸 누가 믿냐?” 박차고 나가버리는 남자. 유리코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실연당하는 건 괴롭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면 애기가 달라진다.’


유리코가 양다리를 걸치는 이유는 남자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생물이기 때문.” 그러니까 남자를 믿지 않는다. 유리코에게도 철칙이 있다. 연애를 하기 전, 양다리를 걸친다고 상대방에게 반드시 고지한다. 불륜은 저지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가 된 유리코는 국회에서 취재를 하다 우연히 베테랑 기자 오즈 쇼타(아라히 히로요미)를 보게 된다. 그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막장 드라마’ 같지만 꽤 몰입감이 있다. 외로움을 방지하기 위해 사랑을 놓지 않지 않는 한 여성의 이야기. 정확하게 말하면, 양다리를 하는 유리코는 사랑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사랑에 얽매여 있는 존재다. 우리는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뭐, 어때.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사랑이 아닌지 우리는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연애와 정치는 닮았다


유리코는 국회를 출입하며 국회의원들을 붙잡고 취재를 벌인다. 취재라는 건 국회의원들의 멘트를 따는 일. 진실을 듣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판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수 싸움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리며 때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과 거짓말과 난무하는 곳이다. 그래서 정치와 연애는 닮았다. 믿었던 사람의 거짓말 때문에 상처를 받고 배신을 당한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과 은밀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정치와 연애 아니던가. ‘그런’ 정치판에서 일하며 ‘그런’ 연애를 추구하던 유리코가 오즈를 만나고 그를 믿게 되면서 오히려 유리코가 불신의 늪으로 빠져 버리는 뜻밖의 상황을 드라마는 질퍼덕하게 그려낸다.


때로는 외로움을, 섹시함을, 귀여움을, 간절함을 감당하는 마에다 아츠코의 표정과 손짓에 이 드라마는 꽤 빚졌다. 세련된 느낌의 얼굴을 가진 이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부드럽게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나는 <부스지마 유리코의 적나라한 일기>를 보고 생겼다. 드라마 중간마다 등장하는 기묘한 배경음악과 엔딩 곡으로 나오는 마에다 아츠코의 <selfish>까지, 드라마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니 꼭 기억하고 보시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