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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Jun 08. 2018

부패한 경찰 조직 비밀 파헤치는 '작은 거인'

[일드 리뷰] <작은 거인>, 가장 신뢰받아야 하는 경찰 조직이 썩었다

ⓒTBS


경시청 계장 코사카 신이치로(하세가와 히로키)는 수사1과의 유능한 형사다. 미래의 수사1과장을 노릴 정도로 야망도 있다. 그러나 수사 도중 실수로 갑작스럽게 관할서 형사로 좌천된다. 그는 한 대기업 회장이 납치된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앞서 발생한 한 회사 직원의 투신자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건을 추적하던 코사카는 경찰 내부에 해당 대기업과의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017년 TBS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작은 거인>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내부의 어두운 현실을 깨달은 코사카가 정의 구현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뢰받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런데 드라마에 비친 경찰 내부는 대기업의 뒤를 봐주거나 정경계와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다. 대기업 아들과 연관된 한 직원의 투신자살사건은 경찰 내부 정보가 자꾸 새어나가면서 수사를 방해 받는다. 소메이 학원 사무국의 한 직원의 실종사건 배후에는 이곳에서 전무를 맡고 있는 전 수사1과장과 연결고리가 있다.


그런데 이런 병폐는 왜 드러나지 않을까. 경찰은 구성원들의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무엇보다 거대조직이기 때문이다. 거대조직에서는 개인의 부정행위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경찰 고위관리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쉽게 밝혀지기 어렵다. 오히려 내부 고발자가 조직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 <작은 거인>은 이런 관점에서 부패한 조직에서 개인은 과연은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린다.     


코사카는 거대조직과 맞선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동시에 경찰 내부의 진실도 동시에 파헤친다. 거대 조직에 맞선 개인은 작지만 정의라는 큰 짐을 짊어졌다는 점에서 ‘작은 거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은 거인’의 노력으로 거대조직의 적폐세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묵은 적폐가 단번에 해소되진 않는다. 그러나 코사카의 활약은 제 역할을 다하는 개인이 뭉쳤을 때 비로소 거대조직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작은 거인>에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드라마의 흡인력이다. 코사카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는 반전의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특히 수사1과 시절 수사에는 증거가 최우선이라고 여겼던 코사카가 관할서로 온 뒤 자신의 ‘감’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폭발시킨다. “적은 아군을 가장한다”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권력에 따라 선과 악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 같은 경찰 내부의 인물 관계도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가 남성으로만 이뤄 부분은 아쉽다. 작품에서 경시청 소속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마시마 유리(요시네 쿄코) 정도다. 그마저도 코사카를 돕는 보조 인물에 그친다. 남자 캐릭터들이 중심이 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이는 일본 경찰 사회의 현실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일본 경찰관 비율은 여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2023년까지 일본 전국 여성 경찰관 비율을 10%로 확대하는 것이 일본 경찰청의 목표다. 다만 일본의 다양한 형사물에서 여성이 중요한 역할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볼 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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