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7인의 비서>(2020)
토토은행 은행장 이치하라 후쿠조가 호텔에서 급사한다. 잠시 뒤 정체불명의 여성들이 들이닥친다. 후쿠조의 사망을 확인한 후 서둘러 시신을 거두고 자리를 떠난다. 후쿠조가 없는 토토은행에서는 야스다 상무가 부은행장 키리시마를 제치고 새 은행장 자리를 노린다. 하지만 야스다는 작은 공장의 결산서를 조작해 부정 대출을 지시한 적이 있다. 이 사실을 은행 내부 직원으로부터 알게 된 토토은행 상무 비서 모치즈키 치요(키무라 후미노)는 응징에 나서기로 한다. 모치즈키는 호텔에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그 여성들과 힘을 합친다.
지난해 방영한 일본드라마 <7인의 비서>(TV아사히)는 비서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이야기다. 조직이나 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리더의 역할이 크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드라마는 그림자처럼 리더를 모시며 때로는 훌륭한 리더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이끄는 비서들의 영웅담을 그렸다. <7인의 비서>에 등장하는 비서 7명 중 6명이 여성인 점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왜 여성들의 이야기일까. 회의에 참석하는 비서가 아니라 차를 따르거나 세탁물을 챙겨 오는 역할이 여성 비서들의 역할이다. 같은 비서라 하더라도 여성들은 정무와 관련된 게 아니라 서비스 측면이 강하다. 실력보다는 보조의 역할인 셈이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조직의 우두머리는 모두 남성인 반면 주인공들은 대학병원 비서, 경시청 경무부장 비서, 도쿄 도지사 비서, 전 가정부다. 비서가, 그것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의 여성들이 리더인 남성들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는 방식은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를 뒤집어버리는 유쾌한 지점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역시 심은경의 출연이 반갑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박사랑은 대학병원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비서다. 컴퓨터 해커로서의 능력도 출중하다. 박사랑의 활약은 결정적인 비리를 터뜨리는 것과 연결된다. 출연 비중도 높아 기대할만하다. 여기에 키무라 후미노,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오오시마 유코, 무로이 시게루까지 6명의 여성들이 중심이 된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보기 힘들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볼거리다. 모든 배우의 분량이 적절하게 나온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배우 릴리 프랭키가 박사랑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드라마 각 에피소드의 쫀쫀함은 다소 떨어진다. 에피소드 속의 사건이 전체적으로 단순하게 그려진다. 그래도 일본 드라마 특유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부분은 좋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에서 여고생의 속옷을 스마트폰으로 도촬 하는 범인을 주인공들이 추적하는 에피소드가 그랬다. ‘여성의 문제를 여성이 해결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유대감과 단단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