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8
이 글은 망했다. '마션'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망했다. 나도 이런 식으로 처음을 장식하고 싶지 않았다.
브런치 무비 패스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관람했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신청한 무비 패스가 덜컥 될지는 몰랐다. 사실 그렇게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짜 영화표 받으면 뭐라도 쓰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도 다르지 않다. 메일을 받은 순간 떠오른 생각이 딱 이거였다. 나 지금 글 안 쓴 지 얼마나 됐지?
이런 별 볼 일 없는 이유로 신청했다. 원작도 보지 않았다. 일본 영화나 소설을 잘 몰라서 원작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자료 조사도 안 했다. 그냥 친구랑 즐겁게 수다 떨다가 헤어져서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를 예상 못해 들고 온 롱패딩을 끌어안고, 땀을 줄줄 흘리며 한 시간이나 지하철 타고 가서 봤다. 보고 나서 쓸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지금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바꿔도 맞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전문가의 털끝도 되지 않을 내가 뭘 써도 될지 모르겠다. 나는 내 능력을 과신한 잘못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원래 영화 보러 갈 때 줄거리나 예고편을 보지 않는다. <인터스텔라>도 그랬다. 그런 설정들까지 녹여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멋대로 기대 가졌다가 실망하는 건 싫다. 변명이 맞다.
이렇게 긴 도입부를 쓰는 이유는 이거다. 나는 정말 아무 기대도 생각도 없이 본 평범한 관람객이다. 그러니까 이 리뷰도 딱 그렇게만 읽어주면 좋겠다. 그럼에도 재밌게 읽어주면 물론 좋겠다.
좋았던 부분부터 말해보자. 사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재밌었다. 소지섭은 잘생겼고 손예진은 예쁘다.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소지섭과 손예진의 연기가 클로즈업될 때였다는 말에 십분 동의한다. 유머 씬인지 개그 씬인지, 아무튼 웃기려고 의도한 장면도 재밌었다. 그럭저럭 웃겼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어서 웃긴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웃었다. 특히 홍구 역의 배우 분 정말 귀엽고 재미있었다. 홍구 아저씨가 나올 때마다 정말 재밌었다.
작품의 화면도 아름답다. 초록색의 수풀과 오래된 기차역, 작고 예쁜 단독주택까지. 미술 팀의 이름을 찾아봤지만 지금 네이버 영화에서는 안 보이는데, 하여간 예뻤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예뻤다. 처음 나오는 펭귄 동화도 너무 귀엽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랑 이야기는 공감이 가거나 감정이 밀려들어와야 보는 게 즐겁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럭저럭 이입이 되었다. 사별했던 사랑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하지만 슬픈 설정이다. 아마 전 세계에서 수없이 물어보고 수없이 재조명했을 질문이다. <코코>에서 그랬듯이 난 이런 거에 약하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에 공감을 못 할 이유는 없었다. 결말에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연출을 정말 싫어한다는 건 내 개인적 취향일 뿐이고, 인물에 공감을 못 할 이유는 없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로 잘 감정 이입했다.
하지만 딱 한 장면에서 이입이고 공감이고 다 사라져 버렸다.
그 장면은 무려 대망의 키스신이었다. 물론 소지섭은 잘생겼고 손예진은 예쁘다. 반대로 말해도 된다. 소지섭은 예쁘고 손예진은 잘생겼다. 둘 다 참인 문장이다. 이 장면 바로 앞 장면에서, 망원경을 들고 꽁냥 거리다가 남자 주인공이 벌레로 착각 당해 머리를 한 대 맞는다. 귀엽고 재밌었다. 조금 웃었다. 그리고 기어이 다시 시도한다. 배우들의 외모는 빛을 발했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뭐, 그렇다. 변명하자면 이런 거다. 애초에 결혼한 사이인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
뭐, 그렇다. 예민해져 보면 이런 거다. 여자가 키스하기 전에 동의를 한 흔적이라도 있었나? 없었다.
그래서 이 뒤에 이어지는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 연출이,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가장 좋은 연출이었지만 감흥이 없었다. 처음 흘러나오는 동화 내레이션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연출이었으나 감흥이 없었다.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아내에게 입을 맞추려다가 사진에 입맞춤하는 게 차라리 더 설렜고, 손을 잡고 싶어 하는 티를 내는 게 차라리 더 설렜다. 차라리 그냥 입 맞춰도 되냐고 물어보는 게 더 설렜을 것이다. 맑고 순수하고 순진한 느낌을 강조하면서, 동의 없는 입맞춤과 그걸 거절하지 않는 여자? 아무리 분위기가 좋았어도 별로다. 아무리 미래에 결혼한 사이여도 별로다. 아무리 서로 호감이 백 퍼센트 있어도 별로다. 입을 맞추면 좋아할 거라는 걸 알아도, 아무리 그래도 별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딱 하나였다. 네이버 웹툰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에 나오는 장면이었다. 웹툰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가분의 전작부터 좋아했다.
그 날, 그 순간 사라져 버렸어.
나도 분명히 이 영화에 기대하고 있는 게 있었지만 그 순간 사라져 버렸다. 내가 예민한 게 맞다. 장면은 예쁘고 이야기 설정은 슬프고 재밌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서 자신의 목숨마저도 집어던지고 왔다는 건, 정말 솔직히 말도 안 되지만 소지섭의 외모로 설득된다. 정말 캐스팅 잘한 것 같다. 손예진이 웃으면 내가 남자 주인공이 되고 싶다. 남녀 주인공 캐스팅 둘 다 좋았다.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제작자의 의도가 배우라는 다른 사람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이다. 소설? 편집자가 있지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미술? 당연히 아니다. 음악? 가장 가까울 것이다. 연주가가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니까. 하지만 음악은 수없이 많은 연주가 가능하지만, 영화 제작의 기회는 보통 한 번뿐이다. 한 명의 '인물'에 대해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는 가장 크고 유일한, 연기라는 기회는 정작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는 배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나 외모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전형적인 한국 영화의 스토리였다. 일본 원작이 이렇게 한국다울 수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아역은 언제나 하이라이트 근방에서 운다. 애처롭다. 아이가 울면서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대사를 하는 건 전혀 새롭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그맘때 아이는 그렇게 순할 수도 있고 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순하게 나온다. 영악한 아이라는 탈을 써도 결국에는 어른의 눈에 순하고 착한 아이가 드러난다. 마음이 아프기보다는 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아는 똑똑하고 매력적이고, 우진이는 순박하고 귀엽다. 감정 이입은 못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봤다. 장면이 눈에 띄게 아름다운 건 아니어도 소박하게 아름다웠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그 소박한 아름다움뿐이라는 점이 아쉽다.
*사진의 사용은 네이버 영화에 올라와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스틸컷과 포스터입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의 인용에 대해서 비평/교육/연구에 해당하는 목적으로 인용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캡처본을 올렸는데, 문제가 있다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