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미, 《고통을 달래는 순서》
P44. 위로나 두둔 따위 마세요 알지도 못하면서 – 김경미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비시선 296, 창비)
아, 맞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
아닌가요?
‘위로나 두둔 따위 마세요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이요.
저도,
당신도
하고 싶은
말―.
누구나
위로받고 싶고,
누구나
누가 나를 두둔해 주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런 위로나 두둔의 말 따위
마다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위로나 두둔
말입니다.
예,
그런 건
‘영혼 없는’ 위로나
‘진심 아닌’ 두둔일 겁니다.
그런 위로에 누가
위로를 받고,
그런 두둔에 누가
기운을 차리겠습니까.
그래서인가,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도 내 가까이 못 간다’라고요.
그렇지요.
나도 나한테
가까이 못 가는데,
남이 어떻게 나한테
가까이 오겠습니까.
가까이 못 가는데,
가까이 못 오는데,
언감생심, 어떻게
위로를,
두둔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마음이란 게 겨우
그런 것 아닙니까.
그래서 시인도
그 마음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합니다.
‘가늘디가는 마음’이라고요.
우리가,
우리네 마음이
그만큼
연약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가늘디가는’ 우리가
그렇게
‘가늘디가는 마음’으로 감히
누굴 위로하고
두둔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우리에게는
기댈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새처럼 허공에나 기대어보기로 했다’라고 털어놓습니다.
‘허공’이라니요?
얼마나
허허롭습니까.
허공이
기댈 만한 것(곳)이
아니라는 걸
누가 모를까요.
그런데도
기대어야만 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시인은
잘 아는 겁니다.
기대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연약하고 ‘가늘디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니까요.
그것(곳)이 비록
물리적으로 ‘텅’ 비어 있는
허공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봅니다.
시인이 이렇게
고백하는 걸 보면요.
‘언제나 조금 기운 것들이 나를 지킨다’라고요.
‘조금 기운 것들’이라는 시어가
가슴을 저미네요.
슬프고,
아프고,
애틋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압니다.
언제나 그렇듯
기운 것들,
작은 것들,
약한 것들이 우리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를
위로한다는 사실을요.
꼿꼿한 것들,
큰 것들,
강한 것들은 우리를
흔히
을러대고,
억압하고,
위협하고,
겁주고,
상처 주고,
모욕하고,
못살게 구는 경우가
참
많다는 사실을요.
예,
시인도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시인의 이런
아픈 고백을
들어보세요.
‘실은 얼마나 따뜻하고 싶었는지 끝내 말할 수 없었다’라는 고백을요.
예,
시인은 그렇게
따뜻함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는 시인이
참
고맙습니다.
‘그럼에도 기어이 돌아와 다시 또 살아보련다’라고요.
시인이 살아보겠다는데,
우리도
살아보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예,
그래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