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93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93

by 김정수

CA961. 파블로 라라인, 〈마리아〉(2025)

노래가 아니었다면, 노래가 없었더라면 살 수 없었던 여인. 그리고 마침내 노래로 말미암아 죽을 수도 있었던 여인. ‘마리아’가 ‘라 칼라스’가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다시 ‘라 칼라스’가 ‘마리아’가 되는 과정. 그는 ‘칼라스’이면서 동시에 ‘마리아’로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는 마침내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또는 버리고 싶었던 마리아에 조금 더 가까이, 어쩌면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간 다음 마침내 죽기로 결심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 이제야 비로소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아니, 그제야 온몸과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 아니, 마리아 칼라스 자체인 그 존재 자체. 마리아, 칼라스, 내 마음의 영원한, only Diva!


CA962. 배창호, 〈길〉(2004)

마침내 스스로 길로 나선 배창호. 응원하는 마음도 아프다, 인생의 길만큼이나. 아마도 그는 계속 걸어가고 싶었나 보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이 선택한 길 위로. 그 길이 어디로 향하든, 어디에 도착하든 상관없이. 그저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만이 중요한 길, 그의 길, 그 자신의 길.


CA963. 배창호,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행복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행복한 이야기. 첫 만남과 첫 이별, 그리고 재회와 재이별의 서사. 남겨진 사람들의 후일담을 품고 있는 영화. 한국영화 러브스토리의 정점. 보고 나면 그리워지는 영화. 다시 보고 싶은 것과 그리운 것은 조금 다른 정서다. 분노나 짜증의 감정 없이 볼 수 있는 매우 드문 영화.


CA964. 구스 반 산트, 〈아이다호〉(1991)

기면증 또는 기면발작증. 우정과 사랑 사이. 청춘의 로드 무비. 만남과 이별, 그리고 죽음.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죽음과 삶의 기로. 그리고 그리움.


CA965. 조근식, 〈그해 여름〉(2006)

김은숙의 데뷔작. 정치가, 또는 이데올로기가 온갖 인간관계들을 전방위적으로 망가뜨리는 시대. 그런 시대가 진짜 나쁜 것은 그렇게 훼손된 인간관계의 회복조차, 회복하려는 노력조차 그 시대는 불허하기 때문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My Cinema Aphorism_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