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13
CA1061. 조엘 슈마허, 〈폴링 다운〉(1993)
사람은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면 누구나 분노 조절 장애를 겪기 마련인 걸까. 인종차별의 요소 또는 정서를 무화시킬 만한 강렬한 고온으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들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고온의 들끓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마이클 더글라스의 연기―.
CA1062. 니콜라스 히트너, 〈조지왕의 광기〉(1994)
1788년, 영국은 식민지 아메리카를 잃어버렸고, 조지왕은 제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영국 왕실은 자중지란에 빠진다. 영화는 조지왕이 위태로운 왕위를 보존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미친 척한 것이라는 암시를 한다. 이 미친 왕의 자발머리없는 행태는 무너져가는 왕조시대 최후의 발버둥을 상징하는 씁쓸함으로 가득하다. 제목의 ‘광기’는 ‘실성’으로 번역하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
CA1063. 김용태, 〈미지왕〉(1996)
실험정신은 높이 사지만, 서사적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지 않을는지. 풍자의 재능과 코미디의 재능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자각의 종용.
CA1064. 파뜨리스 르콩트, 〈탱고〉(1993)
‘마누라 죽이기’는 모든 유부남의 본능적 욕망인가? 이 영화는 그 내밀한 욕망의 세계를 우스꽝스러운 정서로 풀어내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욕망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완화시키지는 못한다.
CA1065. 조지 루카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 1997)
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상력, 또는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은 상상력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한 가지 모범 사례. 하지만 아직 배우의 목소리를 생짜 그대로 복원하는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SF 영화의 미래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의문이다. 한데, 그 미래는 AI로 벌써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