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220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20

by 김정수

CA1096. 월터 힐, 〈라스트맨 스탠딩〉(1996)

이 영화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1961)를 패러디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을 ‘킬러’가 아니라, ‘총잡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CA1097. 테오 앙겔로풀로스, 〈안개 속의 풍경〉(1988)

어린 영혼에게 어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상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두터운 안갯속(제목은 ‘안개 속’이지만 이게 맞는 표기)에 잠긴 풍경일 수밖에 없다는 가혹한 전언에 관한 판타지.


CA1098. 김태균, 〈박봉곤 가출 사건〉(1996)

홍콩영화 속 배우들 특유의 과장된 제스처가 우리 코미디의 정서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연기 스타일이라는 사실의 재확인. 그래도 심혜진의 가수 연기는―.


CA1099. 트란 안 홍, 〈씨클로〉(1995)

감독이 베트남의 현실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곧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이는 감독이 베트남계 프랑스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지녔음을 스스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CA1100. 그레이 호프마이어, 〈양키 줄루〉(1993)

이 영화를 코스모폴리타니즘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에 관한 서사로 읽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백인이 흑인 분장을, 흑인이 백인 분장을 한다는 설정에서는 적어도 흑백 간의 문화적·인종적 갈등을 극복할 단서 정도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영화가 코미디인 것은 그 비약의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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