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22
CA1106. 울루 그로스바드, 〈조지아〉(1995)
관객과 배우가 다 함께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영화는 계속된다. 그 피곤함은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아니면, 통제 불가의 느낌으로 통제가 된 것일까. 어쨌거나, 그래서 연기는 더욱 처절해졌다.
CA1107. 피터 하이암스, 〈스테이 튠〉(1992)
SF의 이야기 구조 속에 미디어에 대한 성찰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놓은 서사. 그럼에도 미디어가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 삶의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설정은 거의 묵시록에 가까운 무게를 지닌다.
CA1108. 존 달, 〈배반의 도시(Red Rock West)〉(1993)
아내와 정부와 청부살인 업자가 서로 뒤엉키고, 거기에 엉뚱한 제3의 인물이 끼어들어 사건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지만, 결국 무죄인 사람이 최후에 살아남는다는 할리우드 스릴러의 정석을 충실히 밟고 있는 영화. 이런 서사의 강점은 시나리오에서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CA1109.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구름 저편에〉(1995)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삶에 대한 통찰과 각성에 이르도록 관객을 이끄는 노감독의 지혜는 진작에 현인의 경지에 다다른 것으로, 크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CA1110. 조셉 폰 스턴버그, 〈푸른 천사〉(1930)
고지식하고 순진한 인간이 그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를 장엄하게 그려낸 비극의 고전. 이런 걸 ‘운명’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