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잠시 중국 북경에서 지낼 적에 동네 DVD 가게에서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叫ぶ)라는 영화를 빌려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중국 조선족이 번역을 한 모양이었다. 한국어 제목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웨치다' 였고 영화 중간 중간 자막도 상학(上學)했다라든지, 왜서(=어째서, 왜)라든지 중국 조선족이 쓰는 조선어였다.
중국 조선족이 쓰는 조선어와 한국인이 쓰는 한국어는 왜서 차이가 나느냐? 그것은 한국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주은래 총리가 1957년 (중국의 조선족이 쓰는) 조선어는 평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한 이래 중국 조선족의 조선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표준어, 즉 문화어를 따라 왔지 별도의 독자적인 문법 체계를 고수해 오지 않았다. 물론 중국 땅에 살다 보니 중국어의 강한 간섭으로 입말 생활에 있어서는 다양한 중국어 계통 단어나 표현들이 유입되었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는 한국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오고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문법 체계는 여전히 북한 문화어를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북한 문화어가 낯설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분단 상황 하에서 언어 생활도 각자 독자 진화해 온 것이지 그걸 어느 한쪽이 맞다 틀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외치고'가 아닌 '웨치고'라고 쓰는 등,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에 쓰인 한국어/조선어 표기가 (북한 문화어를 따르는) 중국 조선족 조선어 문법 체계을 준수한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넘어가면 될 사안이지 한국 표준어 기준으로 틀렸다고 비난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지한 것이다. 무지하니까 오만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서경덕 교수가 헛다리 짚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하필 또 이렇게 성스러운 성 발렌티노 축일에 하얼빈기념관의 한국어(조선어) 표기로 헛다리 짚은 게 새삼스러울 일은 아닌데 그걸 소위 메이저 언론들에서 그냥 받아쓰기하는 게 나는 더 큰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