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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오냐 Apr 20. 2018

같은 요금제 아니었어?

사실 고액 요금제. 할인은 고객의 몫

#51세_k씨 #요금이_같으면 #괜찮은_거_아닌가요?


병원 진료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구경이나 하고 가지.

- 그래요.


얼마 전부터 휴대폰을 바꾸고 싶어 하던 남편과 함께 근처 매장에 들어갔다.


- 어서 오세요.

- 허허 거 시간이 좀 남아서 구경이나 하려고요.

- 네네. 천천히 둘러보세요~


남편이 휴대폰을 하나 둘 만지는 거 보니 사게 생겼다. 저 양반 기계는 왜 저리 좋아하는지.


- 마음에 드는 제품 있으세요?

- 좀 싼 거 없수? 내 지금 이거 파이브 쓰는데 이거보다는 더 최신이면 좋겠는데

- 그럼 세븐으로 보여드릴까요?

- 그럽시다. 여~ 와봐. 이거 좀 보게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남편이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부른다.


- 여 어때 이거? 이쁘지?

- 내가 뭐 아나. 당신 마음에 드는 거로 해요.


남편은 휴대폰을 살 때 꼭 같이 바꾸길 원한다. 나는 지금 이것도 괜찮은데.. 어차피 선택은 본인이 하겠거니 하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직원은 휴대폰 기능을 설명했고 남편은 마음에 드는 눈치다.


- 그래서 그럼 이건 얼마나 줘야 하나?

- 지금 이 제품은 출고가가 80만 원으로 떨어졌고 공시지원까지 들어가면 할부는 55만 원까지 되네요. 월 납부도 계산해드릴게요.


직원은 커다란 패블릿 피씨인가 뭔가를 꾹꾹 누르더니 설명해줬다.


- 단말기 할부를 24개월로 하고 프리미엄 A 요금제로 하면 약정할인 들어가고, 기존에 있던 가족 결합에 추가로 카드 할인이랑 인터넷 결합까지 하면 월 5만 원 정도 나오시네요.

- 에이, 우리가 지금 3만 원대로 내고 있는데 비싸구먼.

- 음 그럼. 이거로 보여드릴게요. 같은 제품인데 개봉 상품이라고 할인이 더 들어가요. 한 번 보시겠어요?

- 그럽시다.


직원은 포장이 뜯겨있는 휴대폰 두 대를 가져왔다.


- 이게 포장은 뜯어져 있는데 아직 실 사용은 안돼서 개봉만 한 새 상품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도 새 거인데 포장박스가 뜯어졌다고 지원금은 훨씬 많이 들어가고요. 지원이 43만 원 되니까 원금이 37로 떨어지네요.

- 이거 괜찮은 거 같은데 이왕 하는 거 7도 빼고 30으로 합시다. 하면 두 대 살 건데 허허

- 으.. 원래 안되는데 사장님이 마음에 들어하시니.. 음 30까지는 무리고, 32만 원으로 추가 할인해드릴게요.

- 아이고 고맙소.


- 그럼 다시 계산해드릴게요. 아까랑 똑같이 설정하고 원금을 32로 하면.. 월 38800원 정도 나오네요. 근데 이게 카드랑 인터넷 바꾸시는 조건이라서 진행해드릴까요?

- 거 돈 더 나가는 건 아니요?

- 추가 요금은 없고, 이 카드로 휴대폰 요금 자동 납부하면 만 원 할인 들어가고 인터넷 교체하면 또 8~9000원 정도 추가 할인이 들어가는 거라서 추천드리고 있어요.

- 그럽시다 그럼.


꼼꼼하게 묻던 남편은 직원이 제안한 휴대폰과 가격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아이고 나는 정신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다.

바꿔주겠다고 하는데 안 바꾸겠다고 하면 또 잔뜩 뿔이 날 게 분명하고.


결국 난 남편과 함께 카드를 만들고 휴대폰을 받았다.


- 카드는 일주일 이내로 여기 기재하신 주소로 배달이 갈 거고, 인터넷도 아마 2주 이내로 기사님이 갈 거예요.

- 이거 이 휴대폰에 있는 거 새 거로 좀 옮겨주소.


직원이 전화번호랑 사진, 문자, 앱들을 옮겨 줬다.


- 감사합니다~ 지금 케이스가 재고가 없어서 시간 날 때 오시면 케이스도 드릴게요.

- 허허 고맙소.


남편이 마음에 들어하는 걸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퇴근 후 돌아왔고, 남편이 휴대폰을 바꿨다고 자랑했다.


- 오 바꿨네요? 얼마 줬어요?

- 그냥 적당히 샀어.


남편은 휴대폰 바꿔서 좋은 기분을 아들이 망칠세라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들은 휴대폰을 조금 만져보더니 계약서를 찾았다.


- 엄마, 요금제 이거 뭔지 알고 든 거예요?

- 응? 몰라 난. 직원이 전꺼랑 같은 금액이라 해서 그렇게 알고 있지.

- 이거 무제한 요금제예요. 그 전에는 1기가도 안됐잖아요. 어떻게 전 거랑 같아요 이게.

- 뭐 카드하고 인터넷 하고 뭐 할인하면 같다해서 그런 줄 알았지..

- 아유 그건 어떤 요금제를 하든 들어가는 할인이라서 원래 쓰던 거랑 같은 거 하면 더 싸지죠. 이런 걸 왜 속고 와요. 계약서에 전시 할인 이건 뭐예요?


- 그거.. 포장만 뜯고 아직 안 쓴 휴대폰이라고 더 할인해준다더라고.

- 뭐야 그럼 그냥 중고 사는 게 낫지. 중고도 상태 좋은 거 엄청 많은데. 괜히 이런 요금제나 들고


아들이 한참 뭐라고 하더니 내일 같이 다시 가보자고 한다. 그제야 방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기분 상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다시 본다.


우리는 참 모르는 게 많다. 미리 시장조사를 하거나 아들한테 물어봤어야 했는데.

창피하고 속상하네.. 그렇게 오랫동안 물어보고 산 건데.. 멍청이가 된 느낌이다.


저렴하게 산 줄 알았던 남편도 복잡한 표정을 하고 풀이 죽어 있으니 더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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