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2O라는 용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년 전쯤 O2O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이공계 학도이기도 했던 나로서는 이런 생각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H₂O는 물이고, O₃는 오존인데 O2O는 또 뭐란 말인가?
이것은 흡사 SPA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패션에 무슨 찜질방 이야기?’와 같은 무지한 반응이었다. O2O는 대체 무엇인지, 왜 이런 용어가 생겨났는지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O2O Business Model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사례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 SPA : ZARA, UNIQLO처럼 SPAN이 빠른 저가 의류브랜드의 총칭. 개인적으로 SPA보다 Fast Fashion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TMO Group이 정의한 O2O는 아래와 같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장치(스마트폰 등)를 통해 Online과 Offline을 ‘연결’하는 원리
이 정의는 언뜻 듣기에 우리가 이전부터 이용해오던 ‘온라인 쇼핑몰’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의 목표가 바로 하나의 플랫폼에 다수 도매업자의 개별 쇼핑몰을 구현하고 소비자들과 연결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언뜻 보면 O2O는 1900년대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e-Commerce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e-Commerce와 O2O를 구분 짓는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그러나 둘 사이에는 명백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O2O가 이전엔 통합되리라 생각 못했던 서비스와 소비경험을 하나의 플랫폼에 구현한다는 점이다. ‘야식’의 주문 측면에서, ‘배달의 민족’ 앱 서비스를 이용해서 구매하는 방식과 10년 전에 했던 방식을 비교해보자.
2006년
1. 냉장고 옆에 붙은 치킨집 번호 찾기(없으면 낭패)
2. 떨리는 마음으로 주문. 이번에는 맛집을 찾길 바라면서..
3. 집주소를 거듭 강조해주고, 도착하면 지갑에서 돈과 카드를 꺼내 결제(카드로 결제한다고 말했을 때 짜증의 눈초리를 감당하는 것은 나의 몫)
2016년
1.GPS로 주변 맛집 자동 검색
2.후기에 기반한 구매 결정
3.모바일로 즉시 결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야식의 패러다임이 변해버렸다. 이는 전화, NFC, GPS, 소프트웨어의 구동과 인터넷이 하나의 디바이스에 구현이 가능해진 덕택이다. 우린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바로 지불하며 몸만 가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RoPo와 O2O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는 소비 패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소비자들은 무제한의 연결성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사업의 영역은 스마트폰이 없던 세계와 있는 세계로 구분해도 될 만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니 O2O는 e-Commerce와 차별성이 존재하는 단어라고 인정해야겠다.
* ROPO(Research Online Purchase Offline) : 온라인에서 검색 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행위
최초의 O2O는 그루폰 등의 소셜커머스, Uber 등의 교통서비스가 전신이며, 뒤이어 중국에서도 O2O 기업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온라인 쇼핑몰로 백만장자가 된 마윈의 알리바바는 특히 그 움직임이 빨랐다.
중국은 스마트폰의 대중적 보급 이후, 쇼핑의 양상이 달라졌다. 중국 사람들은 집에 컴퓨터를 두고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기에 쇼핑, 검색 등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비롯한 O2O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을 하위 열로 두고 있고, 덕분에 사업간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외국에서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것들의 중국화를 이루어냈고, 사업간 융합으로 O2O 서비스를 창출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중국 못지않게 O2O 서비스를 창출하고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카카오그룹은 이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택시 등의 서비스를 운영중에 있고, 배달의 민족은 야식의 주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숙박 예약 부문은 야놀자가 개척했으며 부동산 중개어플인 다방도 인기를 끌고 있다. SK 플래닛은 쇼핑 플랫폼인 11번가를 이용하여 O2O 서비스를 모아놓은 코너를 오픈하기도 했다. O2O는 이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서비스인 셈이다.
이제부터, O2O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일구어 낸 한국과 해외의 사례 몇 가지를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위에서 잠깐 살펴보았듯이, 배달의 민족은 국내의 성공적인 O2O 기업 중 하나이다. 우리는 앞선 5C 분석에서 배달의 민족 사례를 탐구해본 바 있다.
배달의 민족은 ‘모든 배달 외식업체’를 협력사로 갖는 기업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러한 생각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배달의 민족은 이 점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한 기업이 아닐까?
배달의 민족 앱은 GPS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근처의 등록업체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음식의 사진과 가격, 그리고 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문하게 된다. 결제는 배달이 왔을 때 직접 결제해도 되지만, 카카오페이, 카드결제, 휴대폰 결제 등 매우 다양한 결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통해서 카카오페이의 결제를 유도하는 점은 흥미롭다. 카카오페이의 야심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앱 업계 1위 답게, 강력한 광고 전술을 펼치고 있다. 배달의 민족 광고를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고객센터를 통해 업소의 운영정보 수정과 문의를 받고 있으며, 소비자는 주문내역을 확인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
배달의 민족 이후 수많은 배달어플이 나와 있는 상태이다. 야식을 사업으로 삼는 곳 답게 이들의 격한 치킨게임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의 민족이 성공적인 O2O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야놀자는 기존 숙박 예약 분야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O2O 서비스 기업이다. 중소형 숙박 예약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배달의 민족과 마찬가지로 ‘모든 중소형 숙박업체’를 협력사로 가져야 한다. 기존 중소형 숙박시장이 다소 폐쇄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굉장한 아이디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 통합형 서비스의 장점은, 소통의 창구가 부족한 작은 기업들과 영세업자들에게 광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작은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스스로를 홍보할 기회를 얻게 되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업들은 파이를 쪼개서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 부의 증대를 가져다준다. 야놀자는 음지에 있던 모텔 시장을 양지화시키는 것을 사업 비전으로 삼음으로써, 중소형 숙박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야놀자 또한 배민과 마찬가지로 GPS기반, 혹은 검색 기반으로 등록되어있는 주변의 중소형숙박을 표시해준다. 앱 내 쿠폰 지급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회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객실 미리보기 기능을 제공하고, 다른 소비자가 남긴 후기를 볼 수 있어 기대와 다른 낭패를 볼 일이 적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숙박 형태에 대해 연박이나 미리예약 등 기존의 업체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들을 도입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협력업체에게 프리미엄 비품을 지원하고, IoT기술을 도입하여 B2B 역량을 강화하는 등, 단순한 앱 회사를 탈피해 비즈니스 모델 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성공적인 O2O의 전형을 보여주는 야놀자는 최근 중소형 숙박 이외에도 펜션과 호텔, 게스트하우스 부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경제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라면 ‘금산분리의 원칙’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의 4%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고, 금융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산업자본의 15%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여 무제한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즉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 금산분리법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금산분리의 원칙이 없다. 그래서 알리바바가 중국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중이다. 이른바 ‘알리페이’는 중국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다. 전자지갑이 중국을 집어삼킨다니,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자결제 시장은 진작부터 불타오르고 있는 분야이다. 현재 Tesla와 Space X의 성공으로 미국에서 숭배받고 있는 기업가 Elon Musk도 Paypal에서 시작하지 않았는가.
전자결제의 도입 초기에는 단순히 일종의 안전거래를 위한 도구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모바일 디바이스에 NFC가 도입되며, 스마트폰은 그 스스로가 신용카드의 역할을 대행하기 시작한다. 금산분리원칙이 없으므로 알리페이에 충전된 돈은 MMF에 투자가 가능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마치 예금의 이자처럼 소비자에게 지급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중국의 소비자들은 상당수가 알리페이를 사용한다. 그 덕에 알리페이는 모회사의 서비스나 3rd Party의 O2O 서비스와 결합하여 ‘결제’라는 소비경험의 종착지를 효과적으로 매듭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분홍 콧수염으로 대표되는 기업, 리프트(Lyft)는 Uber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시장에 진출했다. Uber가 선두주자로서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Lyft가 과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Lyft는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동일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서비스의 차별점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Uber에서 몇몇 문제들을 느끼고 있었는데, Lyft는 이를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안전에 대한 이슈는 Uber의 확산 이후 언제나 골칫거리가 되어왔는데, Lyft는 비상전화 서비스를 신설하고 운전자 등록 규정을 강화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사업의 확장 방향도 Uber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Uber가 택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에, Lyft는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출퇴근 카풀 서비스 매칭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본래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이다.
교통 관련 O2O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Lyft는 DiDi Kuaid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Lyft는 고통스럽겠지만, 그들이 추후의 행보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관전하는 것은 우리에게 빅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 DiDi Kuaidi : Uber와 비슷한 중국의 택시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