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오늘도 걷는다
다시 만난 설악 공룡능선
by
헤비스톤
Nov 30. 2024
오랜만에
설악 공룡능선
품
으
로 들어갔다.
산행 모임 다섯 명이 의기투합했
는데
세
명은 공룡능선이 처음이라고 했다.
육 년 전에 만났던 공룡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설렘이 밀려왔다.
팔월
아침의 설악동 기온은 25도,
낮에는 30도
에
습도가 높았다.
"오늘 고생 좀 하겠네요”
곰 동상 앞에서
기
념사진을 찍
고
일박이일 여정을 시작했다.
비선대까지는 평지길이라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걸었다
.
<비선대
>
비선대
에
게
"오
랜만이
네
" 인사하고 있는데 장비처럼 생긴 큰 바위가 대뜸 물었다.
"오늘 그대들이 걸을 길이 어떤 길인지 아
시는지?"
대답을 못하고 슬며시 하늘을 바라보며
속
으로 다짐했다.
'낙오자는 되지 말자'
등산화 끈 고쳐 매고 금강굴로 향했다.
<금강굴>
굴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운무가 반쯤 덮인 한 폭의 동양화였다.
능선 위에도 아래에도 모든 곳이 고요했다.
속세의 아우성은 들리지 않았다.
한줄기 바람이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갔다.
"붙들지 마라, 애쓰지 마라.
그저 구름처럼 흘러가라."
금강굴
부
터는
다리에 힘을 탱탱하게
줘야 하는
경사길인데
마음을 반쯤 비워서 몸이 가벼웠다.
만만찮은
오름길에 높은 습도,
운무로 인해
공룡의
눈부신
자태
가
조
금밖에 안보였지만 다섯 명 모두 싱글벙글이었다.
<마등령 삼거리>
마등령 삼거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
본격적인 공룡능선을 만나기 위해 잠시 휴식하며 초록향기 뿌린 따뜻한 커피 한잔.
운무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한발 한발
자연의 품
속
을 걸었다.
느린 일행의 속도에 맞추고 바람의 응원을 받으며 조그만 행복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걸어야 할 인생길
,
큰 굴곡 없이 평탄하길
기원하며.
심장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다.
<킹콩바위>
킹콩이 돌아앉아 있었다.
반갑다는
말
한마디 없이
회색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크게 마음 상한 일이 있었나 보다.
"좀 있다 밑으로 내려오
세
요.
소주 한잔합시다"
(돌부처처럼 돌아 앉은 킹콩)
<1275봉>
1275봉이 우리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생들 많소.
뭐 한다고 이 고생들 하세요?"
"뭐, 그냥 걷고 싶어서요
"
(위: 그날 곰탕 상태, 아래: 2018년 같은 장소 사진)
<
희운각
대피소
>
오후 5시쯤 새롭게 단장한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계곡물로 세수하고 저녁준비를 했다.
저녁은 라면과 삼겹살
.
내일의 맑은 날씨를 기원하며 건배!
술은 못 마시게 되어 있어서 무알콜 캔맥으로 대신
했
다.
(소주는 테이블밑에 몰래 숨겨서...)
9시에 소등하고 단잠 속으로 빠졌다.
다음날 아침,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
숙박팀들 중 대청봉 오르는 팀들과 공룡 타는 팀은 새벽에 떠났고, 하산하는 우리는 느긋하게 일어나서 새벽공기 듬뿍 마시며 아침 먹고 커피 마시고 천불동 계곡을 따라 천천히 하산했다.
다행히 어제보다 조망이 좋은 날씨였다.
(희운각
대피소 입구)
<
천불동 계곡
>
톡톡 튀는 소리가 귀를 두드리고,
투명한 물결
이 돌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며
말을 건넸다.
"
잠시
멈추
고 느껴보시오.
이곳에 흐르는
건 단지 물이 아니고
시간이고, 삶이며, 세상의
모든 숨결이오"
팔월의 천불동은 푸르고 깊었다.
고요한 아름다움
.
..
시간을 잊고, 세상을 잊고,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었
다.
바위 틈새 이끼처럼 조용히 머물러
푸르름과 물소리에 스며들고 싶었
다.
자연은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저 흐르고, 자라고, 피고
지고,
욕심 없이 존재할 뿐이다.
흐르되 얽매이지 않고,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품어내는 삶.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뭇잎 사이로
불던 바람이
우리
뒤를 따라왔다.
후들거리며 걸어오는 우릴
본
비선대가
양
팔 벌려 반
겨
주었다.
"고생했어요"
"아니, 우리 행복했거든
요"
들머리에 있는
카페
에 들러 시원한 토마토주스를 마셨다.
쌓였던 피로감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밖에 나가서 기념사진도 찍
었
다.
(
올라갈 때 다섯, 내려올 때는 여섯)
머지않은 날 다시 뭉치기로 약속했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산행
배낭에 엔도르핀 가득 담고 울산으로 향했다.
♤산행코스: 소공원 - 비선대 - 금강굴 - 마등령 - 공룡능선 -1275봉 -
신선봉
-
희운각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2024.8월 어느 날
에
)
keyword
설악산
공룡
산행
53
댓글
12
댓글
1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헤비스톤
직업
작가지망생
아름다운 푸른 별 위에서 보고 느꼈던 소박한 이야기를 펼쳐봅니다
구독자
251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고흥 팔영산을 처음 만난 날
간월산의 하얀 품에 안겨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