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가에 앉아
들판에서 뛰어놀고 있는
초록이들에게 손 흔들어준다.
버스가 달리고
들뜬 내 마음도 달린다.
등산로 들머리,
연두와 초록 향기에 마취되기 시작한다.
따스한 햇살이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어린 이파리들은
소녀들의 웃음소리처럼 재잘거린다.
멀리서 팔영산 봉우리들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마를 간지럽히는 바람
숲이 숨 쉬는 소리
기분 업되어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1봉에 올라서자
바닷가 섬들이 옹기종기
반신욕 중이다.
크게 호흡하니
허파 속으로 초록 알갱이들이
빨려 들어온다.
오르락내리락
아기자기한 여덟 개 봉우리
바다와 섬들의 파노라마
눈이 즐겁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커피 한잔
눈, 코, 입, 귀, 목덜미
오감이 호강하는 날이다.
꿈틀꿈틀
정상까지 밀고 올라가고 있는
연둣빛 탱크들
두 주먹 불끈 쥐고
뛰어오르고 있는
저 혈기들
바라보는 내 가슴도
뛰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묵은 찌꺼기 한 움큼씩 뱉어낸다.
에어팟을 끼고 <템페스트>를 듣는다.
살랑살랑 바람 타고 선율이 흐르고
어느새 내 마음은 초록 이파리
손 잡고 춤을 춘다
오랜 기간 홀로 산행만 고집하다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벗들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산행 27년 만에 처음 만난 팔영산
너와 친하고 싶다.
그날의 포토제닉 '해무'
2024.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