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su Jan 30. 2024

말리지마. 난 23살, 치앙마이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어

태국 치앙마이 혼자 여행하며 홀로 여행 입문했습니다

음 혼자 해외여행을 간 곳은 태국 치앙마이였다. 7월, 왜 그 더운 날 하필 치앙마이였나, 생각해 보면 한창 한달 살기 치앙마이가 인터넷에 유행할 때였다. 그리고 이전에 나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방콕과 파타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이미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그 분위기에 익숙했기에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했다. 셋 다 더운 나라였지만 나는 더운 나라가 잘 맞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신선한 망고가 미치도록 먹고 싶었다. 태국에 가면 신선한 과일을 양껏 먹을 수 있으니. 


불확실한 미래와 혹사당한 육체. 몸은 힘들고 멘탈은 탈탈 털려서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 쿨타임이 돌았다, 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달랐다. 함께 가는 시끌벅적하고 재밌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 이 필요했다. 외로울 것 같기도 했고, 혼자이기에 무서울 것 같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쿠킹클래스에서 만들었던 망고밥, 한국 와서 생각날 정도로 맛있다! 



한창 인터넷에는 태국 치앙마이 1년 살기 콘텐츠가 돌고 있었다. 때는 대외활동과 해외 인턴을 준비하며 한창 지쳐 있을 때, 며칠씩 새벽까지 일을 끝내고 쓰러지듯 잔 적이 있었다. 불현듯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대외활동 수료식을 마치자마자 출국할 준비를 시작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처음이니 불안하기 때문에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고 여름옷은 따로 사지 않았다. 태국이 옷이 싸다니깐 무작정 가서 사입을 작정이었다. 태국어는 고작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컵쿤가(감사합니다) 밖에 몰랐다. 이전까지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경험밖에 없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잘 해낼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알아본 바로는 태국 치앙마이에 가면 대마초가 합법이어서 여기저기 초록 잎사귀들이 있는 샵이 있는데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가끔 올드타운에 뱀이 보인다는 숏츠를 본 것, 꼭 쿠킹클래스는 한 번쯤 해 볼 것.. 등 아는 건 많 없지만 용감했다. 





생일 바로 다음날 나는 태국으로 떠났다. 해외 인턴을 떠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거의 밤을 샌 다음날이었다. (결국 해외인턴은 안 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계획은 하나도 없이 가도 되는 P였지만 그래도 두루뭉실한 계획 정도는 있어야지, 하고 생각해서 하루 전에 큼지막한 계획을 짜두었다. 몸이 아파도 가야 했다. 그토록 그리던 홀로 자유여행이었다.


태국을 혼자 간다고?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겠어?

곧 혼자 해외 갈 거라고, 비행기표도 끊어놨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잠깐 망설여졌지만 비행기표를 끊었으니 뭐 어째. 국내 정도는 혼자서도 잘 다니는 나는 거침없이 홀로 해외여행을 선택했다. 심지어 가족들은 혼자 여행을 못 가게 할 것 같은 반응이 훤히 예상되어 혼자 간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무모한 여행?


*


6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 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저 괜찮아요, 아무일 없을거에요, 용감하게 말하고 왔지만 사람은 반복해서 들은 것에 세뇌가 된다. 치앙마이 공항에 혼자 내려서 캐리어를 찾으러 가기까지 여름인데도 혼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난 한국 평균 여자 신장보다 10cm는 작은 여자이기 떄문에.. 누구라도 나를 들쳐메고 납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캐리어를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태국의 향이 밀려오고, 이제 한국어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공항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


왜 혼자 여행을 갔나요?


첫 번째 이유로는, 내가 가고 싶은 시즌에 대학교 개강 오리앤테이션이 겹쳐서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학교가 개강하고 바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무모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여행 시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같은 시기에 갈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해서 여행을 포기해야만 하나? 혼자 하는게 번거롭고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혼자 계획하고 떠날 수 있는 성인인데 말이다. 


두 번째로는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 혼자 해내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가기로 결심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기에 원래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호텔 수영장에만 누워있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니 계획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홀로 여행, 만들어 보자고! 



*


다행히 생각보다 치앙마이 공항은 작았고, 10분도 걷지 않아 수하물을 챙길 수 있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천천히 스쳐가는 바깥의 이질적인 풍경을 보면서, 이제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했다. 여기 진짜 태국이구나! 


태국말은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컵쿤카(감사합니다), 밖에 모르는 23살, 한국인 여자가 용감하게 혼자 여행을 왔다! 



친구도 없고, 언어도 잘 모르지만 혼자 여행했던 내가 있었던 한 가지, 


 용기가 있었다. 





물론 해외여행을 갈 때에 조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나를 빼고는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담대함을 가지고 항상 경계 속에서 여행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끔 이런 것들도 재밌었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기분이 든다. 생전 모르는 곳에 홀로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생소함,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때의 설렘, 느낌표, 그리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며 익숙해져가는 신기한 경험들이 있다. 


태국은 자유로웠다. 한국옷은 3벌 정도만 가져와서 현지에서 옷을 사 입었다. 혼자 쿠킹클래스를 등록해서 망고밥, 팟타이 등 만들어보고, 우연히 빗속에서 만난 대만 친구와 말도 해 봤다. 그리웠던 동남아시아 망고도 실컷 먹고, 보고 싶었던 마켓도 모두 구경하고 왔다. 


앞으로 혼자 여행한 4박 5일의 치앙마이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치앙마이 여행을 기점으로 유럽 여행도 혼자 다녀오는 전환 포인트가 되었다. 


제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들도 혼자 여행이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