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혼자 여행하며 홀로 여행 입문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혹사당한 육체. 몸은 힘들고 멘탈은 탈탈 털려서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 쿨타임이 돌았다, 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달랐다. 함께 가는 시끌벅적하고 재밌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 이 필요했다. 외로울 것 같기도 했고, 혼자이기에 무서울 것 같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생일 바로 다음날 나는 태국으로 떠났다. 해외 인턴을 떠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거의 밤을 샌 다음날이었다. (결국 해외인턴은 안 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계획은 하나도 없이 가도 되는 P였지만 그래도 두루뭉실한 계획 정도는 있어야지, 하고 생각해서 하루 전에 큼지막한 계획을 짜두었다. 몸이 아파도 가야 했다. 그토록 그리던 홀로 자유여행이었다.
태국을 혼자 간다고?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겠어?
곧 혼자 해외 갈 거라고, 비행기표도 끊어놨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잠깐 망설여졌지만 비행기표를 끊었으니 뭐 어째. 국내 정도는 혼자서도 잘 다니는 나는 거침없이 홀로 해외여행을 선택했다. 심지어 가족들은 혼자 여행을 못 가게 할 것 같은 반응이 훤히 예상되어 혼자 간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무모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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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향이 밀려오고, 이제 한국어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공항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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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 혼자 해내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가기로 결심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기에 원래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호텔 수영장에만 누워있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니 계획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홀로 여행, 만들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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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생각보다 치앙마이 공항은 작았고, 10분도 걷지 않아 수하물을 챙길 수 있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천천히 스쳐가는 바깥의 이질적인 풍경을 보면서, 이제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했다. 여기 진짜 태국이구나!
태국말은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컵쿤카(감사합니다), 밖에 모르는 23살, 한국인 여자가 용감하게 혼자 여행을 왔다!
친구도 없고, 언어도 잘 모르지만 혼자 여행했던 내가 있었던 한 가지,
용기가 있었다.
물론 해외여행을 갈 때에 조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나를 빼고는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담대함을 가지고 항상 경계 속에서 여행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끔 이런 것들도 재밌었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기분이 든다. 생전 모르는 곳에 홀로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생소함,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때의 설렘, 느낌표, 그리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며 익숙해져가는 신기한 경험들이 있다.
태국은 자유로웠다. 한국옷은 3벌 정도만 가져와서 현지에서 옷을 사 입었다. 혼자 쿠킹클래스를 등록해서 망고밥, 팟타이 등 만들어보고, 우연히 빗속에서 만난 대만 친구와 말도 해 봤다. 그리웠던 동남아시아 망고도 실컷 먹고, 보고 싶었던 마켓도 모두 구경하고 왔다.
앞으로 혼자 여행한 4박 5일의 치앙마이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치앙마이 여행을 기점으로 유럽 여행도 혼자 다녀오는 전환 포인트가 되었다.
제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들도 혼자 여행이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