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by 김준완

색으로 조금씩 짙어지던 하루
선으로 나뭇가지를 흔들던 시간
생의 끄트머리 어디쯤, 사무치게 서러웠다


살아 꿈틀대는 생각을 몰아낸 자리
젊은 시절부터 곁을 지킨
말없이 통곡하는 실성한 여자를 안아준다


모든 거짓은 피 냄새를 따라 떠나고
백 년 전 기억들은 우산처럼 펼쳐진다


봄이 가고, 여름 가고, 계절이 흘러가면
나는 내가 만든 세계 안에서
스스로 불안해하며
전체의 본질을 캐묻기 시작한다


의존으로 생긴 것엔 자성이 없음을 아는
타락한 천사는 불가능의 가능성으로 와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몸으로 맞이하는 침묵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대면해야 하는
이미 죽어 있어서 죽지도 않는 것
그 고정된 실체를
나는 다시, 부둥켜안는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