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을 든 처녀들이 달음박질치며
순식간에 지나간다
꿈속에서 욕망하던 것들은
환각처럼 일렁이고
세상에 갇힌 적(敵)은
또 다른 적을 끝없이 쫓는다
무언가 끊임없이 내 앞을 서성이는 것,
그것이 삶이다
그 사이
내 안을 부풀리며 차오르고
다시 엎드려며 잦아드는 숨
생명 하나가 비로소 밖을 향한다
그 숨이 비둘기로 부활했는지는
고집 센 나무와
고양이의 그림자만이 알 터,
결코 자음과 모음을 엮어 말로 옮겨서는 안 된다
말이 되는 순간, 숨은 틀에 갇히고
진실은 길을 잃는다
말은 생명이 되지 못한 채
무수한 관념으로 흩어져 천지를 진동할 뿐
숨은 바람이다
허공을 생명처럼 온전히 껴안을 그날까지
생에 유폐된 자들의 슬픔은
바람을 만나야만
비로소 혼(魂)이 되고
생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