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by 김준완


햇빛이 식상해지던 어느 날
나는 비로소 너를 찾아 나섰다

​빛없는 음지에서 곰팡이와 밀회한다는 소문을
게으른 여름 철새들에게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태양의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을 더듬느라
기린의 목을 몇 번이나 분지르고 나서야
지평선의 끝자락, 수직으로 누워 있는 너를 만났다

​너는 나를 마주한 만큼이나 어색하게
단지 빛이라는 주파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너의 몸을 덮은 거뭇한 곰팡이는
취향으로 새긴 문신이 아니라 짓물러 터진 통증이었고
끝내 뱉지 못한 죽음이 몸 밖으로 밀려 나온 비명이었다

​알량한 해석에 사육되고
태양의 궤적에 목을 저당 잡힌
해바라기의 찬란함이란
햇빛을 추종하는 눈먼 욕망일 뿐

​죽음을 담보로 욕망의 허기를 채우는
인간들과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아도 멸시당하지 않는 너는,
오히려 고요하게 배부른 실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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