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햇빛이 식상해지던 어느 날
나는 비로소 너를 찾아 나섰다
빛없는 음지에서 곰팡이와 밀회한다는 소문을
게으른 여름 철새들에게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태양의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을 더듬느라
기린의 목을 몇 번이나 분지르고 나서야
지평선의 끝자락, 수직으로 누워 있는 너를 만났다
너는 나를 마주한 만큼이나 어색하게
단지 빛이라는 주파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너의 몸을 덮은 거뭇한 곰팡이는
취향으로 새긴 문신이 아니라 짓물러 터진 통증이었고
끝내 뱉지 못한 죽음이 몸 밖으로 밀려 나온 비명이었다
알량한 해석에 사육되고
태양의 궤적에 목을 저당 잡힌
해바라기의 찬란함이란
햇빛을 추종하는 눈먼 욕망일 뿐
죽음을 담보로 욕망의 허기를 채우는
인간들과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아도 멸시당하지 않는 너는,
오히려 고요하게 배부른 실패자였다.